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마약중독자의 고백㊿] 사회는 나를 썩은 과일 취급했다

기사입력 : 2019년07월21일 07:00

최종수정 : 2019년07월21일 07:00

동네 친구 권유로 중학교 1학년에 중독 생활 시작
마약 자금 구하려고 아버지 친구 속이고 길거리서 구걸까지
"면회장서 펑펑 눈물 흘리던 부모님 모습 아직도 선명"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권태형(가명)씨는 중학교 1학년 처음으로 본드를 흡입했다. 입에서 늘 본드 냄새가 나던 친구의 제안 때문이었다.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사춘기 반항심이 강했던 권 씨는 오히려 본드를 더 자주 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권 씨에게 처음 본드를 제안했던 친구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권 씨는 이미 심각한 중독에 빠졌고 그 친구와 달리 더 본드에 의존하게 됐다.

어렵게 중학교를 졸업한 권 씨는 고등학교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 작은 공장이었는데 권 씨는 이곳에서도 은밀히 본드를 즐겼다.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잠깐씩 하던 것이 한 시간, 두 시간 급기야 출근도 하지 않고 본드를 흡입하고는 했다. 이 탓에 늘 지각을 하거나 휴식 시간이 끝나도 제 시간에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같은 공장에서 만났던 여자친구는 권 씨가 본드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별을 통보했다. 동네 친구들 역시 늘 본드에 취해있는 권 씨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권 씨는 자신이 본드 중독자라는 사실이 창피했지만, 이를 끊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직장에서도 본드 중독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 씨는 공장을 떠나야만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권 씨의 몸과 마음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모든 걸 되돌리고 싶었지만, 이미 많은 걸 잃은 뒤였다. 그럴수록 권 씨는 본드에서 위안을 찾았다. 결국 권 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 일로 가족들까지 권 씨의 본드 중독 사실을 알게 됐다. 맞벌이였던 부모님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셨다.

권 씨는 8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본드 대신 다른 약물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구속과 수감, 출소가 반복됐다. 병무청에서 입대를 위해 권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왔으나 그때마다 권 씨는 구속 중인 상태였다.

부모님은 백수 상태로 약물에 빠져 사는 권 씨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 그러자 권 씨는 신발장에 있던 구두약을 흡입하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치약을 대용할 정도로 엽기적인 행각을 보였다.

심지어 아버지 친구들에게 연락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속여 약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혹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차비를 좀 달라고 구걸했다. 가족은 물론 친구, 그리고 이 사회에서 권 씨는 ‘썩은 과일’ 취급을 받았다.

오랜 후회 끝에 권 씨는 친지의 도움을 받아 직장을 구하고 번듯한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약물의 유혹은 혼자 있는 권 씨를 수시로 덮쳐왔다. 권 씨는 유혹을 참을수록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잘못된 합리화가 매일 반복됐다.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하는 약물에 취했다가 정신이 들 때면 온몸에 상처가 나 있었고 옷도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권 씨가 그렇게 마약에 찌들어 살던 시절은 자그마치 20년이었다. 권 씨는 자신의 지난 20년에 대해 “그동안 나 자신에게 악취가 났다”고 회고했다. 권 씨의 부모님조차도 “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것이 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권 씨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단약의 길에 올랐다. 처음 구속된 날, 자신을 찾아와 울부짖던 어머니의 얼굴, 아들에게 “미안하다”며 처음 눈물을 보였던 아버지. 권 씨는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 있다. 후회와 눈물뿐인 과거였지만, 권 씨가 꿈꾸는 미래는 조금 다르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3%p↓, 38.1%…"與 총선참패 '용산 책임론'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해 30%대 후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8.1%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59.3%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5%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21.2%포인트(p)다.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2.3%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6%p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36.0% '잘 못함' 61.0%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0.0% '잘 못함' 65.5%였다. 40대는 '잘함' 23.9% '잘 못함' 74.2%, 50대는 '잘함' 38.1% '잘 못함' 59.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51.6% '잘 못함' 45.9%였고, 70대 이상에서는 60대와 같이 '잘함'이 50.4%로 '잘 못함'(48.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38.5%, '잘 못함'은 60.1%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1.4% '잘 못함' 65.2%, 대전·충청·세종 '잘함' 32.7% '잘 못함' 63.4%, 부산·울산·경남 '잘함' 47.1% '잘 못함' 50.6%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58.5% '잘 못함' 38.0%, 전남·광주·전북 '잘함' 31.8% '잘 못함' 68.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7.1% '잘 못함' 60.5%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34.7% '잘 못함' 63.4%, 여성은 '잘함' 41.6% '잘 못함' 55.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배경에 대해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독선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로 일관한 탓이 크다'라는 '용산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결과에 대해 실망한 여론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최근 국무회의 발언 등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지 않아 추후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4-18 06:00
사진
이재명 "다 접어두고 尹대통령 만나겠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김윤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과 관련해 "의제도 정리하고 미리 사전조율도 해야하는데 그조차도 녹록지가 않은 것 같다"며 "다 접어두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기 아쉽기 때문에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4.26 pangbin@newspim.com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서 총선에서 드러난 우리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민생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또 필요한 조치들을 할 수 있도록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우리 국민들의 이런 어려운 상황, 총선 민의를 잘 들어주시고 절박한 심정으로 어떻게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 가능한 조치들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실무회담은 전날에도 이어졌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사전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가 의제 조율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접어두고 일단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만남은 금명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ycy1486@newspim.com 2024-04-26 09:3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