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정책연구소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비용 분석’ 완전 해부
마약사범 인한 형사사법비용 2016년 7740억원으로 '최고치'
보고서 "피해 분석기법 다양화⋅선진화해야 할 필요성 제기돼"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마약은 개인의 삶과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낳는다. 다만 마약 중독자 개인은 구속과 수감, 경제적 파탄이라는 피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사회적 손실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객관적이고 적절한 마약 예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확한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근거로 처벌중심주의와 치료중심주의 중 어떤 정책이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객관적 데이터로 입증하려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치안정책연구소의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비용 분석’ 보고서가 최근 학계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연구소가 지난해 낸 이 보고서는 2009년 이후 약 10년만에 마약류로 인한 국내의 사회적 손실 비용을 추계한 연구결과다.
대검찰청의 2017년 마약류 범죄백서 및 2018년 마약류 월간동향 보고서 재구성 [그래픽=임성봉기자] |
발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사회적으로 마약 문제가 떠오르면서 학계와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보고서 전문을 입수해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분석해봤다.
◆한 해에만 2조2000억원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마약류 및 유해약물의 사회적 손실 비용’은 1인당 10억2371만원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암수율을 고려하면 전체 비용은 2조2389억원이다. 암수율은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마약 중독자의 비율로 검·경 등에서는 통상 검거된 마약사범의 10배를 암수율로 보고 있다. 가령, 한 해 마약사범이 1만여명이 검거됐다면, 국내에 10여만명의 마약 중독자가 있다고 보는 식이다.
연구팀은 △의료 및 복지 △생산성 손실 △형사사법정책 비용 △범죄 피해자 관련 비용 △주변의 PGS(마약 중독자 주변인의 물리적·심리적 피해 비용 등을 분석해 사회적 손실 비용을 도출했다. 이 같은 연구모형은 음주 및 도박, 교통사고와 같은 사회 현상의 폐해를 다룬 연구에서 자주 사용된다.
먼저 마약류로 인한 의료 및 복지비용을 따져보면, 전체 마약류 오⋅남용자에게 발생되는 직접의료비 손실비용은 입원 시 1인당 749만5000원이었다. 외래진료비는 71만9000원으로 추계됐다.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33억344만7000원, 암수율 포함 전체비용은 9900억3342만원으로 추정됐다.
국내 주종 마약류인 필로폰 등 향정의 경우 의료진료비만으로 연간 39억여원, 암수율 등을 고려하면 총액은 6757억여원이다.
보고서는 “의료비용은 2009년 연구(2006-2008년 기준) 대비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며 “해마다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검거율과 국가부담 치료기관에 의뢰되는 수의 변동은 있으나 마약류 오⋅남용에 따른 경제손실은 증가함을 예측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 손실에 형사사법 비용 ‘최고치’
마약류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에는 노동 생산성 등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마약류 사용자의 경우 중독에 따른 다양한 증세로 일반인에 비해 노동 욕구가 저하되며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실직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정상적으로 노동을 생산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마약류 과다복용 등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사례도 자주 보고된다.
이같은 생산성 손실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으로는 △생산성 저하 지표 △조기사망 비용 △실직비용이 있다.
2009년 연구 당시 생산성 손실 비용은 212억8000만원으로 추계됐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260억2200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의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마약류로 인한 형사사법비용도 매년 7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형사사법비용을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치료감호소 △보호관찰소로 구분해 추계했다.
각각 비용을 분석해보면 경찰에서 마약사범으로 인해 소요하는 비용은 456억3774만원, 검찰은 64억2213만원, 법원은 4억6930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교정 분야는 교도소 642억9451만원, 치료감호소 9억3259만원, 보호관찰소 15억6748만원이었다. 여기에 암수율을 고려하면 마약사범으로 인한 형사사법비용으로만 7740억원이 투입된다.
◆마약, 더는 개인의 문제 아냐
주변 고통 비용은 심리적 비용(PGS, Pain, Grief & Suffering)으로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오남용에 따른 노동 생산성 손실로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사회적⋅도덕적 보상 수준을 의미한다. 마약 중독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 및 슬픔이나 압박 정도를 비용으로 환산한 것으로, 교통사고 관련 통계조사에서 자주 활용된다.
주변 고통 비용은 2012년 48억여원이었으나 이후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 및 중독자 수가 증가하면서 2013년 132억원, 2014년 147억원, 2015년 383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2012년보다 10배 늘어난 448억원을 기록해 마약 중독자로 인한 주변 고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암수율까지 포함하면 주변 고통 비용은 4470억여원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끝으로 “일반 시민들도 마약류 등 유해약물의 사회적 폐해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기관은 사회적 손실비용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계량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약류 관련 범죄는 ‘피해자 없는 범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어 피해 실태나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암수율도 매우 높고 그 피해는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약 문제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식 통계 자료는 단순한 적발⋅검거 건수의 나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마약류로 인한 피해 상황⋅수준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은 곤란한 실정이므로 피해 분석기법을 다양화⋅선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조언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