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의 '대마초 권유' 잘못된 선택에 무너진 젊은 시절
필로폰 손 댄 후 시작된 지옥..14년 중형 선고 후 교도소 수감
"가족, 사랑, 봉사, 나눔..마약보다 더 좋은 것 찾겠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전라도의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난 김정모(가명)씨는 15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왔다. 집은 가난했고 부모님은 쉽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 씨는 학업 대신 일자리를 찾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았다. 김 씨는 당시 ‘서울에서는 숨 쉬는 것조차 돈이 든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결국 부모님 지인에게 부탁해 경기도에 있는 작은 공장에 취업했다. 적지만 매달 받는 월급 대부분은 부모님에게 부쳤다. 대신 김 씨는 굶거나 물로 배를 채우면서 온 가족이 다시 모여 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외롭고 힘든 공장 생활이었지만, 동료들은 김 씨를 동생처럼 잘 대해 줬다. 특히 최택연(가명)씨는 김 씨에게 친형과 다름없었다. 굶고 다니는 김 씨에게 밥을 사주거나 간식을 몰래 빼돌려주기도 했다. 둘은 곧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악마의 유혹은 김 씨에게 손을 뻗치고 있었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그러던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최 씨가 바람을 쐬러 가자며 김 씨를 따로 불러냈다. 식당 근처 으슥한 골목으로 간 최 씨는 김 씨에게 담배 한 대를 꺼내 건넸다. 김 씨는 평소처럼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런데 김 씨가 알던 담배 냄새와 맛이 아니었다.
“담배가 맞느냐”는 김 씨의 물음에 최 씨는 웃으며 “대마초니까 한 번 펴봐”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김 씨는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대마초를 최 씨에게 다시 건넸다. 하지만 최 씨는 집요했다. “익숙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김 씨를 유혹했다.
한 대, 두 대 피우던 김 씨는 곧 습관처럼 대마초를 피우는 중독자가 됐다. 대마초가 늘수록 김 씨는 심각한 두통에 시달렸고 신경질을 내거나 무기력함에 빠졌다. 대마초에 손댄 이후로 동료들과 다툼도 잦아졌다. 불쾌감이 계속될수록 대마초를 피우는 시간도 늘었다.
최 씨는 김 씨가 말만 하면 언제든지 대마초를 얻어줬다. 김 씨는 완벽히 마약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김 씨와 최 씨는 곧 다른 약물에도 손을 대게 됐다. 김 씨는 마약에 빠진 이후 집에는 적당히 둘러댄 후 월급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모두 마약을 사는 데 탕진했다. 둘은 곧 마약을 투약하는 것을 넘어 급기야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씨가 접한 가장 무서운 마약은 역시 ‘필로폰’이었다. 처음 필로폰을 봤을 때 김 씨는 코웃음을 쳤다. 별 것 아닌 평범한 백색 가루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최 씨는 극심한 주사기 공포증 때문에 필로폰은 늦은 나이에 투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중독자들을 통해 필로폰을 술에 타서 마시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진짜 지옥이 시작됐다.
김 씨는 곧 마약을 투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환청을 듣거나 환각 상태에 빠져들었다. 사소한 이유로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결국 다니던 공장까지 그만두고 마약값을 벌기 위해 마약을 팔거나 일명 아리랑 치기를 하는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약에 취해 아리랑 치기를 하던 김 씨는 인근에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초범이라는 점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크게 한탕 챙기고 손을 털려던 김 씨는 결국 차가운 교도소로 들어가야만 했다. 무려 14년의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출소를 2년 앞둔 김 씨는 흘러간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마약에 빠져 보냈다는 사실이 김 씨는 가장 후회스럽다. 이제 김 씨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친구도 남아 있지 않다. 가족만이 김 씨의 곁을 지킬 뿐이다. 교도소로 면회를 오는 부모님은 “못 배운 부모 때문에 자식이 이렇게 됐다”며 늘 눈물을 흘리셨다.
후회의 시간을 보낸 김 씨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더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 그저 쉽게 유혹에 빠진, 절제하지 못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씨는 이제 사랑, 나눔, 배려, 그리고 가족, 마약보다 더 좋은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마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