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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⑭] "나도 평범한 여자이고 싶다"

기사입력 : 2019년05월13일 13:55

최종수정 : 2019년05월13일 13:55

퇴학 후 시작된 업소 생활..신종 마약에서 시작해 필로폰까지 투약
구속 후 알게 된 임신 사실 "아기 위해서라도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거듭되는 투약과 구속..치료시설서 회복 후 새출발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중학생 시절, 친구들은 어른들이 없는 으슥한 골목길이나 건물 옥상에서 본드와 가스를 흡입했다. 김선영(가명)씨는 친구들을 따라 담배는 피웠지만, 본드는 손대지 않았다. 친구들은 본드와 가스에 취해 이상한 소리를 내뱉고는 했다. 김 씨는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무서웠지만, 또 궁금하기도 했다. 호기심은 그렇게 김 씨를 부추겼다. 또래 여학생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알량한 ‘우쭐함’도 김 씨를 거들었다. 한 번은 두 번이 됐고, 두 번은 곧 세 번이 됐다.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본드와 가스를 즐기는 시간이 많았던 김 씨와 친구들은 결국 퇴학당했다.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밤거리 뿐이었다. 김 씨는 곧 친구의 소개로 업소에 취업했다. 업소에서 알게 된 언니들은 대부분 마약중독자였다. 접대를 나가기 전후로 언니들은 항상 마약을 투약했다.

이 마약은 당시 필로폰, 대마초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들이었다. 언니들의 권유에 김 씨 역시 자신의 팔뚝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잠깐의 황홀함, 하지만 약에서 깨면 김 씨의 눈 앞은 다시 지옥이었다. 그런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마약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김 씨는 더 많은 마약을 찾게됐고, 심지어 두 종류, 세 종류 이상의 마약을 동시에 투약하기 시작했다.

마약만이 삶의 이유였던 김 씨에게 ‘필로폰’이 찾아왔다. 김 씨 팔뚝의 주사자국을 본 한 업소 손님은 김 씨에게 필로폰을 맞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그때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적은 없었다. 다만 업소 언니들을 통해 이야기만 익히 들은 상태였다.

더 큰 자극을 원했던 김 씨는 끝내 손대지 말아야 할 필로폰을 선택했다. 필로폰은 본드나 가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김 씨를 중독시켰다. 김 씨는 마약을 취급하는 지인들을 통해 닥치는대로 필로폰을 구했다. 투약 횟수도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

김 씨는 마약을 큰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강도나 살인처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과 구속’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김 씨에게 마약을 건네던 유통책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김 씨 역시 처음으로 구속을 맞이하게 된다. 김 씨는 다른 마약사범들처럼 속죄하기보다는 밀고자를 원망했다.

그런 김 씨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출소 후 다시 돌아간 업소에서 만난 유부남이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꼈던 김 씨는 마약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김 씨의 손님들은 마약 제공을 대가로 김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김 씨는 마약과 업소,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출소 3개월만에 김 씨는 다시 구속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켰다는 사실에 김 씨는 좌절했다. 구속된 김 씨는 3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죽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실제로 김 씨는 자신의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시련이 김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약을 끊어 살이 쪘다고만 생각했던 김 씨는 갑작스런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1심 재판에서 2년형을 선고받은 뒤였다. 김 씨는 철창 속에서 아기를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 즉각 항소했다. 밤이면 눈물로 한 줄 한 줄 탄원서를 작성했다. 최대한 불쌍해 보이도록 탄원서를 쓰라는 동료들의 말 대신 김 씨는 처절한 반성과 재활의 기회를 호소했다. 고통의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출산예정일보다 빨리 양수가 터졌다.

김 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아기를 출산했다. 당시 김 씨는 교도소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에 아기와 함께 병원을 뛰쳐나와 도망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아기의 얼굴을 본 김 씨는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그 순간, 속죄의 시간을 보낸 후 아기에게 떳떳한 엄마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재판부는 그런 김 씨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김 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고 다시 사회에서 새출발할 수 있었다. 아기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김 씨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사랑하는 남성과의 관계는 점점 틀어졌고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김 씨는 10년 넘게 해 온 업소 생활도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젖먹이 아기를 뒤로 하고 김 씨는 다시 필로폰을 찾았다. 김 씨는 마약으로 고통을 위로했지만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자주 필로폰을 투약했다.

희망에 부풀었던 미래는 곧 비참한 현실로 돌아왔다. 김 씨는 경찰에 붙잡혀 또 다시 구속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모든 희망과 기대를 내려놓고 그저 ‘뽕쟁이’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안겨준 가족을 원망했고 신을 원망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마지막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

법원은 김 씨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씨에게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동시에 김 씨는 마음 한 켠에서 필로폰을 떠올렸다. 무서운 중독, 그리고 집착이었다. 아기를 위해 김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김 씨는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친구와 함께 치료시설을 찾아갔다. 김 씨는 여러 회복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마약의 유혹을 억눌렀다.

꾸준히 시설을 찾아 상담도 받았다.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찾던 어느날, 위기가 찾아왔다. 함께 회복중이었던 친구가 결국 마약에 다시 손을 댔다가 구속됐다는 소식이었다. 김 씨의 마음 속에서 필로폰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치료시설의 상담사는 김 씨의 위험을 감지하고 즉각 입소를 권유했다. 망설이던 김 씨는 결국 이 시설에 입소해 치료에 들어갔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김 씨는 함께 마약을 하던 모두와 연락도 끊었다. 전화번호를 바꿨고 주소를 옮겼다. 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4년 넘게 단약에 성공한 김 씨는 이제 업소를 떠나 번듯한 직장도 얻었다. 중학생 시절 처음 접한 본드와 가스, 이후 10년 넘게 약물에 중독됐던 김 씨는 이제 30살 평범한 여자의 삶을 꿈꾸고 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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