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마약중독자의 고백㉑] 유사약물이 있었다..검찰이 움직였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2000년대 러미라·에스정 등 유사마약 횡행
약물 판매상-제약회사 대규모 불법 제조·유통
검찰, 도소매상부터 판매총책, 제약회사 대표까지 무더기 검거
유사마약 마약류 등재 입법 건의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2000년대 초 서울 중구 남대문의 한 골목길. 험상궂은 인상의 남성들이 중년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분주히 건네기 시작했다. 곧 여성들은 작은 가방에 ‘물건’을 담아 넣고는 눈치를 보며 뒷골목으로 한 명씩 사라졌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잠복해 있던 검찰 수사관들이 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곧 골목길로 사라진 중년 여성들의 뒤를 따라붙었다. 검찰의 ‘유사마약범죄조직 소탕 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남대문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유통되던 ‘유사마약’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검찰의 움직임은 치밀했다.

◆유사약물의 중심 ‘남대문’

뉴스핌이 단독으로 입수한 검찰의 ‘마약류 공급조직의 자금추적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서울 중구 남대문 일대는 유사약물이 횡행했다. 과다복용하면 마약을 한 것처럼 환각에 빠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약이다.

마약 대신 사용되면서도 마약으로 분류되지는 않은 약. 마약 중독자 사이에서는 이를 ‘유사약물’이라 불렀다. 남대문을 거점으로 판매되던 유사약물은 삽시간에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유사약물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의 강력한 마약 단속에서 비롯됐다. 앞서 검찰이 국내 10대 마약범죄조직을 소탕하면서 마약 유통이 크게 위축됐다. 필로폰 등 마약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마약 중독자들은 이를 대체할 ‘유사약물’을 찾아냈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이 저렴한 덕분에 이들 사이에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검찰이 약물 판매상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감지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유사약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약물 판매상들은 대범하게도 제약 공장에 직접 주문을 넣어 약물을 공급받았다. 남대문에서 활동하던 마약범죄조직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전국구로 판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영세한 규모였던 조직은 금세 전국화·공장화됐다.

곧 유사약물의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났다. 유흥업소 종사자부터 회사원, 무직자, 청소년까지 광범위하게 유사마약의 수렁에 빠졌다. 약물 복용 후 환각에 빠져 살인, 강도 등을 저지르거나 정신이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유사약물을 복용하고 일면식 없는 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 청소년들이 환각 상태에서 주유소 강도를 저지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위험수위가 최고조로 달했다. 검찰이 추정한 유사약물 중독자만도 수십만 명에 달했다.

검찰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약물을 제조하는 공장부터 도매, 소매 등 판매상까지 송두리째 뽑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러한 검찰의 복안은 과거 남대문 인근에서 소매상만을 단속했던 종전의 수사와는 다른 파격적인 시도였다.

검찰은 남대문 주변에서 소매상을 적발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소매상을 검거해 도매상과 판매총책 등 윗선을 추적하는 방식이었다. 유사약물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에 대한 단속도 실시해 약물을 불법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남대문시장과 윤락가부터 서울 시내 길거리 등 곳곳에서 활동하는 소매상들을 붙잡아 유사마약 조직이 약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경로를 파악했다. 그렇게 판매계보를 하나하나 파고들면서 경기도에 위치한 제약회사 공장이 유사약물의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캐냈다.

◆자녀의 친구까지 범행에 끌어들여

두 달의 수사 끝에 검찰은 유사약물을 불법 제조·유통한 제약회사 사장과 공장장을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판매총책과 도매상, 소매상 등 4개 판매조직 27명을 적발해 20명을 재판에 넘겼다. 공장에서 생산된 유사약물은 각각 179만여정과 10만3000여정. 이 가운데 검찰이 압수한 약은 81만여정이었다. 검찰은 판매총책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불법 약물을 판매해 수십억원대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 조사결과, 마약범죄조직의 구조는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 판매상들은 점조직 형태의 가족으로 구성된 비밀 판매망을 구축했다. 자녀나 형제·자매, 심지어 자녀의 친구까지 공모해 남대문에 위치한 무허가 하숙집을 임대한 후 유사약물을 은닉하고 일반인과 미성년자 등에게 팔아넘겼다.

판매상들은 소위 ‘꼬리 자르기’ 방식을 이용해 수사망을 회피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수사망에 포착되기 쉬운 소매상들이 붙잡히면 자신의 범죄만 인정하고 윗선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토록 했다. 그 대신 수뇌부는 말단 조직원이 구속될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보호해주면서 보안을 유지했다.

서울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검)의 ‘마약류 공급조직의 자금추적 수사 보고서’ 중 일부. [사진=윤혜원 기자]

검찰 수사는 마약범죄조직 소탕 작전에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유사약물을 끝장내기 위한 입법을 건의했다. 당시만 해도 유사약물이 마약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보다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 몰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찰은 보고서를 통해 “유사약물은 마약이 아닌 오남용 우려 약물로 분류돼 피의자들에게 마약류 특례법을 적용하지 못했고 이보다 형량이 더 낮은 약사법, 보건범죄 단속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마약류불법거래방지 특례법 적용 역시 불가능해 약물 불법 판매수익의 몰수가 아닌 관할 세무서를 통한 국세징수법상 압류 조치를 취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수사를 마친 후 유사약물을 마약류에 포함하는 입법 건의를 추진했다. 검찰은 보고서에서 “중독자 실태의 심각성에 비춰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으므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며 “대검찰청을 통해 입법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사약물은 2003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유사약물과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검찰의 노력 끝에 얻은 ‘안전망’이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 등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hwyo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혜훈 "韓 경제, 회색코뿔소 상황"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가 29일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인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코뿔소(Gray Rhino)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임시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고물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choipix16@newspim.com '회색코뿔소'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미셸 워커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했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그런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획예산처가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5대 구조적 문제점으로는 인구, 기후, 극심한 양극화, 산업 대격변, 지방 소멸을 꼽았다. 다만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과 기획을 연동하는 방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서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게 하고, 그 투자는 또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런 전략적 선순환을 기획예산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도로 (간담회 등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12-29 10:00
사진
다시 '청와대'…李대통령, 오늘 첫 출근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부터 청와대로 공식 출근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약 3년 7개월 만으로,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간다. 이 대통령이 출근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내려가고 동시에 청와대에 게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옛 국방부 청사인 용산 대통령실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는 청와대에서 집무한다. [사진=대통령실] 봉황기는 대통령 재임 중 상시 게양되는 국가수반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를 가운데 두고, 상상 속의 새 봉황 두 마리가 마주 보는 문양이다. 봉황기는 윤석열정부 시절 한 번 하기된 바 있다. 올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함에 따라, 업무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 것으로 돌아간다. 용산 시대가 저물고 청와대 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의 청와대 연내 복귀는 많은 해석을 낳는다. 새해부터 국민주권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과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의 사건이 벌어진 지난 정부와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 등이다.  청와대가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통령 집무실이 여민관에 마련된 점이다. 청와대는 크게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본관' ▲비서관실과 수석실이 분산 배치된 '여민관 1~3동' ▲외빈 맞이와 행사를 갖는 '영빈관' ▲'대통령 관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등으로 구성된다. 박근혜 정부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본관에 위치했다.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과 500m 떨어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참모진이 있는 여민관에 마련해 거리를 좁힌 바 있는데, 이 대통령도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과 여민관 집무실을 함께 쓴다는 방침이다. 주로 쓰는 집무실은 여민관이다. 여민관에서 일하는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진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가상징구역 종합계획도 [자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대통령 집무실이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듣는 청와대로 이전을 한 만큼 국민과의 소통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도 이를 의식 중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과 업무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청와대 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꾸준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의 입지가 확정되기도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대통령 세종집무실 목표 준공 연도는 2030년 상반기다. 아직 목표만 세운 단계라 더 늘어질 수도, 더 당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행복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며 공정 단축을 주문한 바 있어 준공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 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pcjay@newspim.com 2025-12-29 06:0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