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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의 고백㉕] 검찰의 망신 '함정수사'

기사입력 : 2019년05월28일 14:16

최종수정 : 2019년05월28일 14:17

검찰 정보원 "검찰 수사 도와야 하니 필로폰 구해달라" 요청
지시 받아 중국서 필로폰 구해왔다가 공항서 검찰에 체포
법원 "사술이나 계략에 의한 함정수사 가능성 커" 인정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함정수사는 양날의 검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함정수사를 두고 ‘필요악’이라고 부른다. 예상되는 범행을 막기 위해 만드는 함정수사, 실적을 위해 억지로 만드는 함정수사. 그 경계에서 수사기관은 종종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함정수사로 마약사범을 잡아들였다가 풀어줘야 했던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사건을 따라가봤다.

◆사건일지

2003년 2월 김정호(가명)씨는 중국 심양에서 한 마약 판매상에게 필로폰 100g을 구입했다. 김 씨는 이 판매상에게 필로폰 구입비로 540만원을 건넸다. 판매상은 곧 북경으로 넘어가 중국동포로부터 필로폰 87.03g을 구해 자리를 빠져 나왔다.

이후 김 씨는 북경의 한 호텔에서 이 판매상을 다시 접선해 필로폰을 전달받았다. 김 씨는 이 필로폰을 한국으로 밀수입하기 위해 북경공항 화장실에서 작업에 들어간다. 김 씨는 필로폰 87g을 콘돔 속에 넣어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숨기고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김 씨는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및 세관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현장에서 기다리던 검찰에게 체포됐다. 그런데 김 씨는 법정에서 “검찰의 함정수사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발단은 200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의 마약 정보원이었던 김 씨의 애인은 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동료 정보원이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됐다”며 “현재 검찰에서 구속된 정보원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고 하니 이를 위해 필로폰을 구해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김 씨의 애인에게 마약 구입 자금으로 1000만원을 주고 이 중 일부는 김 씨에게 건네졌다. 이에 김 씨는 필로폰을 구해오는 범행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고 오히려 검찰이 보호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중국으로 떠났다.

◆가려진 진실

법정에서 검찰과 김 씨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게 된다.

먼저 검찰이 제출한 수사 보고서에는 김 씨의 애인이 앞서 언급했던 ‘구속된 정보원’이 제보해 검찰이 김 씨를 붙잡은 것으로 꾸며져 있었다. 수사를 위해 마약을 구해오라던 검찰의 지시는 모두 함정이었다는 사실은 여기서 밝혀졌다. 검찰은 이를 빌미로 마약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는 김 씨를 붙잡아 구속된 정보원을 빼내려던 속셈이었다.

특히 당시 제출된 증거 중에는 “구속된 정보원의 공적을 만든 검찰이 이번에는 김 씨의 공적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의 통화 녹취록도 있었다. 이는 구속된 정보원의 공적을 위해 김 씨를 이용하고, 그런 김 씨의 공적을 또 만들기 위해 다른 마약사범을 이용하려는 수법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래 중국까지 가서 필로폰을 매입하여 밀수입할 의도가 없었던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에 의해 범의를 일으켜 이 사건 범행을 결행하게 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검찰의 함정수사임을 인정하고 마약 밀매는 물론 김 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포함해 모두 환송 파기했다. 특히 대법원은 함정수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많은데도 원심에서는 이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 사건은 수사기관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현재까지 회자되는 대표적인 검찰의 함정수사 판례로 남아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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