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 마약범죄사무소 '2019년 세계마약보고서' 발표
2009년 대비 마약류 남용자 30% 이상 늘어
펜타닐, 트라마돌 남용 문제 새로운 현안 떠올라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마약 안전지대인가? 아닙니다.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한 해 마약사범만 1만2000명, 많게는 1만6000명이 검거되고 있는 마약 오염국입니다. 최근 재벌가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투약 사실이 줄줄이 적발되면서 모방범죄도 우려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마약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독증상’이라는 추상적인 부작용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마약의 실상과 위험은 무엇일까? 뉴스핌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수기를 입수해 연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건강한 삶과 가정을 마약이 어떻게 파괴하는지, 마약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윤혜원 기자 = 한국에서도 주종 마약인 필로폰 대신 아편계 또는 대마초 남용이 증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아편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대마초 남용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 남용 인구 역시 과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 세계마약보고서 발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국제연합 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19년 세계마약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 한해 세계 인구의 5.5%에 해당하는 2억7100만명(연령 15∼64세)이 약물을 남용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09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보고서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북미 지역에서 아편계 약물 남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북미,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마 남용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2017년 대마 남용자는 무려 1억8800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압류된 불법제조 코카인도 1976톤으로 마약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전년 대비 25%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펜타닐(Fentanyl)’ 남용 문제도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펜타닐은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다. 하지만 해외에서 신종 합성 마약 형태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연합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 6월 발표한 2019 세계마약보고서 중 일부. [사진=UNODC] |
UNODC는 보고서에서 “펜타닐 남용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북미지역”이라며 “이곳에서 펜타닐과 유사물질(analogues) 남용이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아프리카 서부·중부·북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트라마돌(tramadol) 남용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트라마돌은 아편에서 유래한 성분과 유사한 구조의 합성 마약제다. 다만 다른 마약성 진통제에 비해 의존성과 부작용이 낮은 편인 탓에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트라마돌 압류량은 2010년 10㎏ 미만이었으나 2013년 9톤으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무려 125톤을 기록했다.
◆치료 정책 부실은 세계 공통 지적도
UNODC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마약류 통제정책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분야는 ‘신종 향정신성 물질’로 조사됐다.
다만 UNODC는 “신종 향정신성 물질의 유해성을 시의 적절히 진단하고 국제적 통제가 필요한 경우 이를 통제약물로 지정하고 있다”면서도 “마약류 남용의 예방과 치료 및 재활이 세계 각지에서 충분히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매년 약물 중독자 7명 중 1명만이 적절한 치료 및 재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수감시설 내에서의 약물중독으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HIV), C형 간염, 결핵 등 보건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내 약물진료소로 향하는 계단 [사진=임성봉 기자] |
또 UNODC 56개 회원국만이 수감시설 내 아편계 대체 치료(opioid substitution therapy)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46개국은 치료 및 재활에 관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1개국만이 수감시설에서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needle-syringe programme)을 제공하는 반면 무려 83개국은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UNODC는 “아직까지도 실증적인 자료에 기반한 약물치료 또는 치료적 개입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회원국과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마약에 중독됐을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