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납입일 사실상 '무기한 연기'
HDC 인수 포기설도 시장확산
채권단과 추가 협상 나설 듯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매수자로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인수 포기를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자칫 딜이 무산되진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2019.12.26 tack@newspim.com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은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 1조4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당초 HDC현산이 1조4700억원을 유상증자하면 이중 1조1745억원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계획이었다.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집행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유상증자 일정 변경의 이유로 현재 6개국에서 진행되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승인' 문제를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기업결합승인이 늦어져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일정이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 더 나아가 HDC가 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관측이 확산되는 이유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항공업이 고사위기에 처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수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보더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한 재무구조도 HDC현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최근 운항률은 7.6%까지 떨어진 상태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산은 등 채권단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힘들게 성사시킨 아시아나항공 매각 딜이 코로나19라는 암초에 자칫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때문에 시장에선 HDC현산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일정 유예나 신규 금융 제공 등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 외에 다른 인수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며 "산은 등 채권단이 현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 HDC현산과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만 산은 등 채권단은 '신중한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HDC에 추가 금융지원을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적절하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HDC현산에서 어떠한 지원안 요청도 없었다"며 "기업결함심사 역시 지연될 뿐 정상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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