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은행주 부진.. '러브C', 원자재 약세와 정치 혼란에 규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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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 5월 글로벌 증시(MSCI 전세계 주가지수 기준)는 7개월 연속 올라 10년 만에 최장 기간의 랠리 기록을 세웠다. 러시아, 브라질, 중국('러브C') 등 대형 신흥국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신흥국 주가지수가 강세를 보인 반면, 영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양상이었다.
한국과 홍콩 증시는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각각 6%, 4% 넘게 올랐고 아르헨티나는 모간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예상과 정부 개혁 기대로 6% 올랐다. 하지만 러시아와 브라질은 유가 약세와 정치 혼란이 가세하면서 4%, 5% 내렸다. 중국은 정부의 규제 강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대형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 중에서 인도 증시만 강력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선진국은 파운드화 약세에 4% 오른 영국을 제외하고 소폭 상승에 그쳤다. 미국은 거시 경제지표 부진, 유가 하락, 정치 혼란 이슈가 실적 호조 재료를 압도하면서 0.3% 상승하는데 그쳤다. 미국과 유럽 모두 연초 최대 인기업종으로 꼽혔던 은행주들이 부진한 모습이었다.
◆ 미국 기업 실적 "양과 질 모두 개선"
연초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가 한층 시들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단기간 내 조정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분기 실적이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향후 실적 전망 역시 밝은만큼 연말까지 낙관론은 여전하지만, 1분기 실적 이후 재료 공백, 특정 업종으로 자금 쏠림 등의 요인이 증시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우선 증시 전략가들은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해 '양적·질적' 측면 모두에서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시장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500지수 기업들의 순이익과 매출은 각각 작년보다 13.6%, 7.7%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순익과 매출 모두 약 6년 만에 최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발표 기업의 64%는 전문가들의 매출액 예상치를 웃돌았다. 5년 평균 53%를 크게 상회한 셈이다. 11개 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의 순익이 늘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줄어든 상태에서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난 것은 투자자들을 고무시킨 최대 요인이었다. S&P다우존스인디시즈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은 1년 전보다 18% 줄었고 작년 4분기 보다는 1.4% 감소했다. 닷컴버블 이래 최고로 평가받는 뉴욕 증시의 밸류에이션 우려 일부를 불식할 수 있을만큼의 실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찰스슈왑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오마르 아귈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실적이 견고했고 경제 역시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더 증시에 더 낙관적이게 되는 이유"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 7월까지 상승 재료 '공백' 우려
이 처럼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에 대해 '호평'을 내놓으면서 연말까지 증시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2분기와 올해 전체 순익이 각각 6.8%,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략가들은 실적 발표가 종료된 이후 뉴욕 증시의 단기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오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7월까지 증시 상승을 촉진할 재료를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실적 시즌 종반인 5월 말로 접어들면서 뉴욕 증시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뉴욕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수사를 종료해줄 것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파이오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존 카레이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실적 시점 이전의 문제들을 다시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경제의 근본적인 추세가 밸류에이션과 정치 위험에서 투자자들을 증시에 묶을어 놓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 기술주 과열에 '휘청' 우려
일각에서는 증시가 상승 재료가 부족한 가운데 자금이 특정 업종으로 쏠리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보냈다. 최근 증시 상승은 소수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과열 현상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진단이다.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물밑에선 IT기업들만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가 부진하고 행정부에 대한 재정부양 기대감이 후퇴하자 성장의 유일한 '희망'은 기술업종 뿐이라는 인식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최대 인기 산업이었던 은행 업종(KBW Bank Index 기준)은 이달 2.6%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달 분기 순익이 40%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달 주가는 4% 급락했다. 반면, '팡(FANG)'으로 알려진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의 주가는 올해 S&P500지수 상승분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아마존은 5월 한 달 7.5% 올랐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전략가는 "모든 사람들이 2000년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 점점 불편해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아마존이 1000달러를 돌파했다면 "나는 차익 실현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S&P500지수의 공매도 잔액이 전체 유통주식수의 3.9%를 차지해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지난달 26일까지 한 주간 기술업종 상장지수펀드(ETF)인 테크놀로지셀렉섹터SPDR펀드에서는 7억1600만달러가 빠져나가 1년 만에 최대 환매 규모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