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41%는 기관이 소유
[서울=뉴스핌] 김사헌 기자 =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옳았다. 그는 2013년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이미 불평등한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부를 상속한 사람들, 유복한 사람이 갈수록 더 많은 부를 얻는다는 것을 사료로 실증했다. 최근에 현실 주식시장에서 자본주의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가계 전체의 보유 주식 중에서 최고 부유한 1%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직년 9월말 현재 사상 최고인 56%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가계 하위 90%가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12%로, 금액으로 보면 4.6조달러 규모다. 상위 1% 보유액 21.4조원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 가계 주식 보유 분해 [자료=골드막삭스, FT재인용] 2020.02.12 herra79@newspim.com |
골드만삭스는 1990년 이후 미국 1% 상위 계층이 상장주식을 1.2조달러 매수하는 동안 나머지 99%는 1조달러 이상 매도한 것으로 집계했다. 30년 전에도 운동장은 크게 기울어져 있었지만, 미국 상위 1% 가계의 비중은 46%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골드만의 전문가들은 "항상 최상위층이 가계 주식 보유 증가세를 주도해왔고, 미국 경제의 성장과 주가 상승이 상위 1%의 주식 매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이처럼 증가하는 부의 불균형은 미국인의 임금이 정체하면서 최근 10년 사이 상승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는 인터넷 거품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1990년 이래 10배 이상 급등했고, 여기서 이익은 주로 최상위층에 집중됐다.
한편, FT는 별도의 렉스 칼럼을 통해 "2016년 이후 세계 경제가 14% 성장하는 동안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34% 증가했다"면서, "상장기업 주식이 갈수록 소수의 손에 집중돼 주가가 급등할수록 불평등이 더 악화될 것은 뻔한 이치"라고 지적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 41%를 기관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상장기업 절반은 상위 3대 주주가 전체 주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헬스케어 및 인터넷서비스 산업에서는 기관 보유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거대 연기금 등 기관은 수억명의 개인투자자 저축을 빨아들여서 투자한다"면서 "저비용의 지수연동형펀드가 늘어나면서 2017년 현재 기관투자자는 30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포트폴리오를 안고 변화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