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내 '우군 균열' 가시화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개시 이후 2주가 넘도록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안보 당국자가 전쟁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했다.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많은 고심 끝에 국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양심상 이란에서 벌어지는 이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켄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 노선의 대표 인사로 꼽혀왔다. 이번 사퇴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고위 안보 당국자가 자진 사퇴한 첫 사례다.
◆ "이스라엘 압박이 전쟁의 배경"
켄트 국장은 사직서를 통해 이번 전쟁의 배후로 이스라엘과 그 로비 단체를 직접 지목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다"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강력한 이스라엘 로비 세력의 압박에 의해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과 일부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이 빠른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 설득했다"며 "이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라크 전쟁 당시의 거짓 정보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군 복무 중 전사한 아내를 둔 '골드스타' 가족 출신인 켄트는 "이스라엘이 설계한 전쟁에서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서,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며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 터로 다음 세대를 내몰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행정부 내 갈등 본격화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켄트 국장의 사퇴를 두고 "이란 전쟁이 트럼프 지지 연합 내부의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켄트의 측근이자 전쟁 비판론자인 방송인 터커 칼슨의 발언을 인용해 "켄트는 최고 수준의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존재"라고 전했다. 또 켄트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핵심 고문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사퇴가 미국 정보 기관 내부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안보 전문가들도 "전투 베테랑이자 정보통으로 꼽히는 켄트의 사임은 행정부 내에서 해외 분쟁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절제파'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켄트 국장의 사퇴로 오는 19~20일로 예정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의회 청문회에서는 이란 전쟁의 정당성뿐 아니라 행정부 내 분열 문제를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