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며 사실상 동맹을 배제한 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나토(NATO)와 한국, 일본 등 파병 요청에 미온적인 동맹국들을 향해서는 "중대한 시험에서 낙제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셸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던 중 기자들에게 "우리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사실상 전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추진해온 다국적 호르무즈 연합 구상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의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동원해 동맹의 지원 없이도 해협 통행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 파병 요청을 동맹 결속을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동맹국들의 불이행(inaction)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국들의 소극적 대응을 기억하겠다고 경고해 향후 외교·경제적 불이익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도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이 이란 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통보해 왔다"며 "우리가 매년 수천억 달러를 들여 그들을 보호해주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방통행 도로와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이란의 해군과 공군, 레이더망을 궤멸시켰고 지도부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작전이 성공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면서, 나토나 한국, 일본, 호주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안팎에선 이번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계기로 기존 동맹 중심 안보 구조보다 미국 단독 행동을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을 재확인하는 한편, 동맹국들에 추가 파병과 향후 방위비·통상 협상에서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비판의 화살이 나토를 넘어 한국과 일본으로까지 향하면서,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부담 논의 등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 일각에선 동맹의 실효성을 둘러싼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동맹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반응(의리)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언급해, 자칫 이번 사태가 향후 한미동맹을 포함한 동맹 관계 재조정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미국의 일부 유럽 동맹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며 참여를 공식 거부했고, 프랑스·영국 등도 시기와 방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우리 정부 역시 청와대를 중심으로 '신중 검토' 입장을 유지하며 공개적인 파병 약속은 피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 속에서 동맹 관리와 중동 리스크 사이에서 저울질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