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벨기에의 바르트 더 베버르 총리가 최근 현지 신문 레코(L'Echo)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값싼 에너지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베버르 총리의 입장은 유럽연합(EU)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EU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내년 1월 1일을 기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9월부터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플랑드르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인 신플람스동맹(New Flemish Alliance) 소속인 베버르 총리는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신플람스동맹이 약 16% 득표율로 전체 의회 의석 150석 중 24석을 얻으며 원내 1당이 되자 연정 협상을 통해 작년 초 벨기에 총리가 됐다.

베버르 총리는 지난 13일 레코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선 모든 곳에서 밀리고 있다"며 "유럽의 이익을 위해 이 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은 미국이 100% 지원할 때만 가능한데, 미국이 때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더 가까운 입장을 보인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 러시아를 압박하거나 러시아 경제를 질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남는 방법은 협상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유럽은 재무장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값싼 에너지 접근권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다른 지도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말이 옳다고 말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발언에 나라 안팎에서 동시에 비판이 쏟아졌다.
막심 프레보 외무장관은 즉각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것은 푸틴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의 정당 '레장가제' 소속의 프레보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유럽이 약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유럽의 단결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예르겐센 EU 에너지담당 정책위원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전면 수입 중단이라는 EU의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너무 오랫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했고, 그 결과 푸틴이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고 우리를 협박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단 한 방울의 에너지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버르 총리는 이후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계속되는 한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평화 협정이 체결된 이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베버르 총리가 EU의 주류 입장과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그는 EU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려고 했을 때도 이를 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