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은 일반적으로 유럽 금융권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쪽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유로존 은행권의 자기 자본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진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과 올해 3월 사이에 유로존 은행권은 총 2200억 유로(약 3100 억 달러), 약 12%의 자기자본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로존 은행권은 어느 정도 유로존 채무 위기 노출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자료에 따르면 유로존 은행권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채권 노출 비중이 지난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들 국가에 대한 노출 비중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들이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물린 채권 물량만 2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CB) 스트레스 테스트의 부실한 내용에도 불구, 당시 보고서는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권 리스크에 대한 가치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크레디아그리콜의 경우 시장 가격 수준에서 이들 채권을 매입했으며, 코메르츠 은행과 덱시아, BNP파리바 등의 경우는 액면가 수준에서 이들 채권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 이들 은행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다음달로 예정된 올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향후 전망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시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들 자료는 투자자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BIS 자료는 은행들의 파생상품이나 보증, 신용지급 등의 분야 등 전체 규모의 50%까지 이를 수 있는 노출 위험 부분에 대해서는 세분화된 데이터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KBW의 매트 클라크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그리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어떻게 부실 부분을 책임질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단순 만기연장만으로 은행권이 채무에 대해 100% 회수가 가능하며 이로써 어떠한 자본강화 등의 규제도 필요치 않을것이라는 가정은 받아들이기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번스타인 캐피탈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채무에 대한 50% 헤어컷(자본가치 감소)가 실행될 경우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 은행권의 티어원(기본자기자본) 비율은 0.75% 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이 정도로 그친다면 오히려 이는 다행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다.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직접적인 소버린 채무 노출이라기 보다는 다른 국가들이나 다른 금융상품 분야에 대한 위기 전염 효과라 할 수 있다.
KBW의 클라크 위원은 "자금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의 보고서도 1050억 달러 수준의 그리스 소버린 채무는 은행과 보험 업종 이외의 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한 위기 대책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실제 리스크 노출 여부는 여전히 측정할 수 없으며, 향후의 정책적 해결력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2008년 이후 금융권이나 각국 정부들의 구제금융 정책에 대한 의지도 점차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떤 은행도 이같은 위험의 파도가 몰려올 때에 대비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수익률대회 1위 전문가 3인이 진행하는 고수익 증권방송!
▶검증된 전문가들의 실시간 증권방송 `와이즈핌`
[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