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프로크네와 필로멜라'와 실제 사건을 재구성
어른을 위한 청소년극…폭력·상실·치유에 대해 이야기
연극 '나이팅게일의 소리' 포스터 [사진=극단 ETS] |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신화와 실제 사건을 엮어 재구성한 창작극 '나이팅게일의 소리'가 오는 17일 관객들과 만난다.
극단 ETS(eye to soul)의 창작극 '나이팅게일의 소리'(연출 김혜리)는 오비드의 '메타몰포시스'에 나오는 나이팅게일에 관한 신화 '프로크네와 필로멜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2009년 발생했던 여고생 강간 방화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청소년극이자, 동시에 가출청소년 20만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청소년 범죄와 그 파장에 대해 무게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워크샵 공연으로 상연된 후 7년 만에 새롭게 재구성됐다.
공연은 한 여고생이 불타는 방에 남겨져 사망한 이후 시작돼 세 명의 등장인물 이야기를 따라 전개된다. 관객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살아남은 부모는 상처를 담고 살아가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등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김혜리 연출은 극의 소재가 된 여고생 강간 방화사건 자체를 부각시키기보다, 그 사건을 전후로 세 명의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범죄에 노출된 13세 소년, 사망한 피해 소녀, 피해자의 아버지를 통해 죽음·상실·상실의 무게, 죄를 저지른 아이와 그 아이가 갈 곳 없는 세상의 이야기가 나이팅게일 신화와 엮인다. 이를 통해 폭력과 상실과 치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연출은 "2010년 신문에서 여고생 강간 방화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목숨을 잃은 소녀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적이면서도 간결한 대사, 정제된 이미지, 세 명의 인물이 또렷이 부각되는 구조가 극이 가지는 무게를 선명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나이팅게일의 소리'는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