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컬처톡] 장영남 vs 서이숙, 정의란 무엇인가…연극 '엘렉트라'

기사입력 : 2018년05월04일 09:13

최종수정 : 2018년05월04일 15:17

연극 '엘렉트라' [사진=LG아트센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다른 사람의 정의는 부정하면서, 너의 정의는 의심하지 않는구나."

누군가를 증오하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핑계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핑계가 '정의'라고 믿는다면,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정당성을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반발하거나 의문을 제기한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엘렉트라'는 어떻게 자신이 정의라고 굳게 믿을 수 있었을까.

연극 '엘렉트라'(연출 한태숙, 작가 고연옥)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엘렉트라의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사실 딸이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해 반감을 갖는 경향을 가르키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심리학자 칼 융의 정신분석학 용어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연극 '엘렉트라' [사진=LG아트센터]

아가멤논 왕의 딸인 엘렉트라가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증오하면서 복수를 하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원작으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2011) '안티고네'(2013)를 작업한 한태숙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번 작품은 그리스 시대를 벗어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엘렉트라가 게릴라 전사가 되었으며, 무너진 성전 아래 벙커를 배경으로 한다.

등장 인물들은 각자 자신만의 정의가 존재한다. 클리탐네스트라는 자신의 딸을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에게 분노해 그를 죽였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기에 클리탐네스트라를 죽이려 한다.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테스는 평화롭게 살고 싶지만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는 어머니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로부터 당한 성적 학대를 벗어나기 위해 엘렉트라를 돕는다. 아이기스토스는 자신이 아가멤논보다 더 좋은 왕이라고 생각한다.

각 인물들의 전사(前史)를 알게 되고 그들이 행동하는 이유를 듣다 보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점점 헷갈린다. 그들이 논하는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 관객들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문답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정의를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야할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정의를 부르짖다보니 다소 무겁고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연극 '엘렉트라' [사진=LG아트센터]

배우 장영남과 서이숙이 각각 '엘렉트라'와 '클리탐네스트라' 역을 맡아 카리스마 대결을 펼친다. 7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장영남은 소리치고 분노하고 행동하면서 매우 다이나믹한 열연을 선보인다. 반면 서이숙은 낮은 저음과 묵직함, 무서운 에너지를 내뿜으며 무대 위를 장악한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너진 벙커, 거대한 철조물 등의 무대는 시리아 내전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테러와 전쟁에 의해 무너진 건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말한 것처럼,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전쟁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폭탄조끼를 입고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게릴라군들의 모습 또한 무엇이 '정의'인지 생각케 한다.

극 중 클리탐네스트라는 엘렉트라에게 "네가 말하는 정의는 다른 사람에게 재앙이야"라고 소리친다. 혹시 우리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순간이다. 연극 '엘렉트라'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