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평검사가 사법정의를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밖에서 바꾸자는 소리는 많지만 안에서 바꾸려는 소리들은 너무 적었다”며 “검찰을 바로 세우려면 그래도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2007년 이른바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 공판검사를 맡으며 ‘도가니 검사’로 유명한 소신파 검사이다. 또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정의 검사 안희연 캐릭터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검사는 “2012년 법무부와 중앙지검에 근무하며 우리 검찰의 난맥상을 비로소 깨달았다”라면서 “그 전에도 본 게 적지 않지만 일부 검사의 개인적 일탈로 이해했는데, 이 정도면 조직적 일탈이구나 싶어 참담했다”고 털어놨다.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우선 동료들을 흔들어 깨우고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불러 모으자는 것이었다”며 “그 방법은 내부게시판에 계속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
이 과정에서 임 검사는 퇴사 종용을 비롯해 회유 및 징계경고 등을 받았다고 했다.
임 검사는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들에게 불려가고, 쓸까봐 미리 불려가기도 하고, 인사를 포기하지 말라는 회유를 받기도 하고, 징계하겠다고 경고 받기도 했다”며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이럴거면 나가라’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를 측은하게 보는 사람들은 안에서 안 되니 차라리 나가서 바꾸라고 하고, 저를 버거워하는 사람들은 조직과 안 맞으니 나가라고 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고 부연했다.
임 검사는 힘들어도 내부에서 버티며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사법정의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는 “힘겨워도 버티면서 싸워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사법정의를 우뚝 세울 수 있을테니까”라면서 “힘겹게 안에서 싸우는 분들을 더욱 힘껏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상상하는 것보다 더 버겁다”고 글을 맺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6년 9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법관 100명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19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가 조사하자고 의결했으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의결을 묵살했다.
이후 현직 판사 등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주장해온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남인수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컴퓨터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차성안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가 포털 사이트 다음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관심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오는 24일 두번째 법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