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법조비리에서 정운호 게이트까지
레인지로버 부장판사·스폰서검사 줄줄이
국민 “검찰 13%·법원 24%” 신뢰에 불과
[뉴스핌=황유미 기자] 오늘 25일, 54회 법의 날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법조계는 어두운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 68년 검찰 역사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무상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고액 수임료 논란을 빚은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 등 하루가 멀다하고 법조인의 비리 뉴스가 터졌다.
정의의 여신 디케(Dike). 왼손의 저울은 엄정한 정의의 기준을 상징하고, 오른손에 쥔 칼은 그러한 기준에 의거한 판정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 법원이나 검찰청의 상징물로 사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
법을 수호해야 하는 법조인이 오히려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국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되는 법조계 비리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 1997년 '의정부 법조비리'에서 2016년 '정운호 게이트'까지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밖으로 드러난 최초의 대형 법조비리 사건은 1997~1998년 '의정부 법조비리'다. 국내 사법 사상 판사가 첫 수사 대상에 올랐다.
1999년에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브로커를 통해 금품을 건네고 사건을 알선받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 2004년에는 변호사가 판사에게 술자리와 성접대를 제공한 '춘천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연이어 법조 브로커 비리가 드러났다. '윤상림 게이트'와 '김홍수 게이트'다.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을 받아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7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는 진경준 전 검사장. <사진=뉴시스> |
법조계 비리는 10여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했다. 지난해 상반기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공짜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진 전 검사장은 2015년 해당 주식을 팔아 무려 126억원을 벌어들였다.
'정운호 게이트'도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와 수임료 갈등 문제로 다퉜는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판사 출신이었던 최 변호사의 100억원대 고액 수임료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0월 검찰조사 받은 후 귀가하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진=뉴시스> |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50억을 받았다가 30억을 돌려줬고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전 대표로부터는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후폭풍은 '레인지로버' 부장판사 사건, '스폰서 검사' 사건 등으로 이어졌다.
◆ 끊임없는 법조비리…사법체계 불신(不信)으로 이어져
법조계의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브로커 등으로 빚어진 각종 비리는 국민들의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형사사법 체계 및 관리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11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검찰의 신뢰도는 12.7%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58.7%는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원의 신뢰도는 23.4%에 불과했다. '법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4%였다.
또 응답자들은 법조비리를 조직 차원의 문제로 봤다. '법조 비리가 개인의 문제인가, 조직 차원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일반국민 응답자의 83.1%가 '조직차원의 문제'라고 봤다.
각계 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는 이 보다 높은 93.8%가 조직차원의 문제로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