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감시단, 국내외 35개 플랫폼 점검
신고 시스템 및 게시물 삭제여부 등 모니터링
느린 신고처리·불분명한 삭제 기준 등 과제
시, 피해자 원스톱 지원 및 향후 캠페인 진행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SNS·포털 등의 신고 체계 및 삭제 등의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신고 방법 안내와 사후 처리 통보 등 시스템 편리성이 높아졌고 신고 게시물에 대한 삭제율도 높아졌다. 다만 삭제되기까지의 시간 단축과 플랫폼별 삭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은 상태다.
29일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 활동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민감시단 801명이 지난해 7~10월동안 트위터, 인스타그램, 다음, 네이버 등 35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고한 게시물 1만6455건을 바탕으로 분석·작성됐다.
서울시 디지털성범죄 시민감시단의 온라인 플랫폼 신고 시스템 분석 결과. [자료=서울시] |
◆ 사진합성·성적괴롭힘 등 아동·청소년 중심 피해 확산
신고 게시물의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1만3429건으로 81.6%를 차지했고 남성은 8.4%(1390건)였다. 피해 연령대는 ▲성인 55.2%(9075건) ▲식별곤란 28.4%(4680건) ▲아동·청소년 16.4%(2700건) 순이었다.
게시물은 유형별로 불법촬영물·사진 등 유통 및 공유가 70.8%(1만1651건)로 가장 많았다. ▲비동의 유포·재유포 42.9%(7061건) ▲사진합성·도용 25.0%(4114건) ▲불법촬영물 22.0%(3615건) ▲성적괴롭힘 19.6%(3230건) ▲온라인 그루밍 11.5%(1887건)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사진합성·도용 및 성적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사진을 올려 신상정보를 유출하고 사진을 합성·게시해 불특정 다수에게 성희롱 당하며 괴롭히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2019년도에는 사진합성 신고 건수가 13.3%(725건)이었으나 올해는 25%(4114건)으로 늘었다.
또한 성인이 아동·청소년에게 대화를 걸어 사진을 요구하고 이를 판매하는 등 온라인그루밍도 2019년에는 4.4%(239건)에 불과했으나 11.5%(1887건)으로 늘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 신고 게시물 66.1%는 삭제 안돼...플랫폼이 적극 나서야
그러나 신고 게시물의 절반 이상인 66.1%(1만871건)는 삭제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플랫폼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의가 상이하고 기준도 불분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N번방 사건 이전보다는 신고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시민감시단 활동 결과에 따르면 삭제 등 조치가 이뤄진 게시물은 22.8%(592건), 삭제되지 않은 게시물은 77.2%(2002건)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치가 이뤄진 경우에는 처리까지 7일 이상 걸린 경우가 42.5%(2374건)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1일 이내 20.1%(1127건), 2일 7.9%(442건) 순이었다.
신고에 대한 처리결과 통보율은 해외 플랫폼(50.2%)이 국내 플랫폼(40.3%)에 비해 높지만 삭제 등 조치율은 국내 플랫폼(37.%)이 해외 플랫폼(23.1%)보다 더 높았다. 해외 플랫폼의 신고 항목이 다소 포괄적이어서 정확한 신고 사유를 담아내기 어려운데 반해 국내 플랫폼의 신고 기준은 좀 더 엄격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는 평이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로고. 서울시는 센터를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자료=서울시] |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민감시단은 온라인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취해야할 조치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게시 계정에 대한 이용중지·폐쇄 등 강력한 규제'(41.6%·92명)를 꼽았다. 이어 ▲업로드 차단·필터링 22.2%(49명) ▲신고 기능 편의성 및 접근성 향상 16.3%(36명) ▲삭제·차단 신속처리 13.1%(29명) 순이었다.
시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보다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매뉴얼 보급 등 예방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지난 3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개관하고 피해자를 원스톱으로 지원해 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지원하고 있다.
김선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삭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시는 시민, 플랫폼 운영 기업 등과 함께 보다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에 이르는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youn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