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항로 해상운임 담합 선사 15곳 과징금 제재
고려해운 146억·장금상선 120억·남성해운 108억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선사 27곳에 시정명령
공정위 "공정거래법 인식하고도 공동행위 은폐"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공정당국이 3년 넘게 이어온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운임 담합 제재를 마무리했다.
우선 한국-일본 항로 해상운임 담합 행위를 이어온 국내외 해운사 15곳에 과징금 800억원을 부과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건으로 23개 해운사에 과징금 총 962억원을 부과한 바 있는데, 이로써 해상운임 담합건에 대한 과징금은 1762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한국-중국 항로 해상운임 담합건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가 아닌 시정명령으로 제재를 마무리했다. 한-일 항로에 비해 외국적선사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약 외국적선사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국내 선사들이 해외에서 운행 제한 등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한-일,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선사 27곳에 과징금·시정명령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한-일 항로에서 17년 넘게 해상운임 담합 행위를 이어온 국내외 해운사 15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한-중 항로에서 약 17년간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일 항로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 (단위: 백만원)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2.06.09 jsh@newspim.com |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일 항로 15개 선사에 부과한 과징금 800억원에 대해 "부당이득 규모, 재무 상황, 시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중 항로 27개 선사에 부과한 시정명령과 관련해서는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가 해운협정(조약)과 해운협정에 따른 해운회담을 통해 선박투입량 등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시장"이라며 "공급물량(선복량) 등이 이미 결정돼 이 사건 운임 합의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 및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15개 선사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담합했다. 또 이들 선사를 포함한 27개 선사는 한-중 항로에서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한-일, 한-중 항로를 오가는 27개 선사는 약 17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입찰가 등 제반 운임에 대해 합의했다.
특히 이들 선사는 운임 합의의 실행을 위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을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하고, 기존 자신의 거래처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거래 선사 보호'를 합의해 운임경쟁을 제한했다.
나아가 합의 운임을 수용하지 않거나 맹외선(담합에 참여하지 않는 선사)을 이용하는 화주 등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입고금지, 예약취소 등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해 합의 운임을 수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가 자신들의 운임 담합 및 기거래 선사 보호, 선적거부 등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했다는 주장이다.
조홍선 국장은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절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화주에 대한 보복, 합의를 위반한 선사에 대한 각종 페널티 부과 등 내용적인 한계도 크게 이탈했다"면서 "이번 운임 담합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며, 이러한 불법적인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 담합 도운 한근협에 과징금 2억4400만원·시정명령 부과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이들 선사들의 운임담합을 방조한 관련 협회에 대해서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해운사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이하 한근협)'에 대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부과했다.
또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협의회(이하 황정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선사는 사전 운임담합 협의 후 한근협, 황정협 등을 중심으로 후속 회합을 갖고 합의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했다. 특히 이번 사건 공동행위 초기부터 중립 감시기구 등을 통해 운임 감사를 실시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데 이어, 한-일, 한-중 항로에서 17년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이 타파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공정위는 해운당국의 공동행위 관리가 강화돼 수출입 화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긴밀히 협력,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