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 1.5조 단순매입키로
[뉴스핌=허정인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행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나섰다. 오는 21일 유통시장에서 국고채권 1조5000억원 어치(액면기준)를 단순매입키로 결정했다. 다만 시장의 예상보다 적은 액수여서 큰 흐름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8일 한국은행은 공개시장운영 공지사항을 통해 오는 21일 오후 2시부터 10분간 국고채권 1조5000억원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매입 대상 종목은 국고채권(20년) 03750-3312 (13-8, 만기일 2033.12.10.), 국고채권(10년) 01875-2606 (16-3, 만기일 2026.6.10.), 국고채권(10년) 03000-2409 (14-5, 만기일 2024.9.10.), 국고채권(5년) 01375-2109 (16-4, 만기일 2021.9.10.), 국고채권(5년) 02000-2003 (15-1, 만기일 2020.3.10.), 국고채권(3년) 01500-1906 (16-2, 만기일 2019.6.10.) 이다.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한은이 단순매입에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2008년 11월 19일) 한국은행은 국고채 1조원을 매입했다. 직전 매입은 지난해 10월 7000억원이다. 이때는 RP매각 대상채권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한승철 한은 시장운영팀장은 “장기 시장금리가 미국 대선 이후 단기간에 급등해 이 같은 입찰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채권시장 금리는 꾸준히 급등하는 중이다.
한국은행의 액션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일 옐런 의장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시사했고, 글로벌 금리가 추세적으로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전세계 금리가 빠져야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1조5000억원을 쓴다고 큰 줄기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시장은 한은이 2조~3조원 사이에서 매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에 실망감도 도는 분위기다.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시장에 대한 한은의 의지는 읽을 수 있었으나 1.5조원은 적지 않나 싶다”면서 “이후의 행동에 따라 금리방향이 안정화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단순매입 자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라면서 “규모 면에서도 당장 시장 안정재료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장중 흐름도 단순매입 이슈가 나온 타이밍을 빼고는 미 국채에 거의 연동되는 흐름이었다”면서 “미 국채를 비롯한 해외쪽 분위기가 진정되는 방향으로 나오면 손절로 인한 매물압력 해소, 단순매입 등이 대기매수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