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가 '와일드 와일드' 공연이 자신이 연출한 '미스터쇼'를 표절했다며 공연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박씨가 공연 제작사 더블유투컴퍼니를 상대로 제기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박씨는 더블유투컴퍼니의 공연 '와일드 와일드'의 구성과 전개과정, 배우들의 동작과 의상을 비롯한 세부 에피소드가 자신의 저작물인 '미스터쇼' 각본의 창작적 표현형식을 그대로 모방해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공연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와일드 와일드'가 '미스터쇼'의 각본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스터쇼 각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진행자의 대사이다. 반면 와일드 와일드는 진행자를 두고 있지 않고 배우의 대사가 전혀 없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또한 여성관객 전용 공연이라는 각본의 주제와 기획 의도 역시 아이디어에 해당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두 공연 모두 배우들이 정장을 입고 등장하고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 관객을 무대에 참여시키는 등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남성 배우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무대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해당 공연 장면은 미스터쇼 각본이 창작되기 전에 존재하였던 공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에피소드 또는 개별 장면들의 안무, 무대 장치, 조명, 음악 등 구체적인 내용의 유사성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단순히 위와 같은 장면이 사용되었고 배치 순서에 유사한 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두 공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와일드 와일드 공연이 채권자 회사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