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장외시총 13조원 넘어서...카카오게임즈 3배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불을 지핀 공모주 광풍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비상장 주식거래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갈수록 높아지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로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수가 줄어들자 상장 후 '대박'을 칠 수 있는 종목을 선점하기 위에 투자자들이 장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뒤를 이을 차기 기업공개(IPO) 기대주로는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과 카카오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등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가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IPO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따르면 17일 크래프톤은 전장 대비 2.41%(4만원) 상승한 170만원에 마감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크래프톤의 장외주식 기준가는 연초 40만원선을 기록했지만 지난 4월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총 발행 주식수(808만2785주)를 기준으로 계산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1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4조7290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12만2000원으로 보합 마감했다. 카카오뱅크의 장외주식 주가는 지난 7월 초 13만원까지 치솟았다 7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이후 이달 들어 10만원 선을 회복한 이후 1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총 발행 주식수인 3억6509만6442주를 기준으로 추산한 기업가치는 약 45조원이다.
이는 국내 4대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15조7799억원), 신한금융지주(13조6297억원), 하나금융지주(8조5419억원), 우리금융지주(6조959억원)의 시총을 합친 규모보다도 크다.
다음 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장외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거의 없어 거래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다만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빅히트의 주식에 대한 매수 주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날 빅히트 공모가 상단(13만5000원)의 약 3배에 해당하는 40만원에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투자자까지 등장했다.
비상장 주식 투자 열기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K-OTC)에서도 엿볼 수 있다. K-OTC는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주식 시장으로 사설 장외시장보다 거래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K-OTC의 지난 5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38억원에 그쳤으나 공모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6월 53억6095만원으로 늘어났다. 7월과 8월 일평균 거래액은 각각 68억7746만원, 74억769만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장외 주식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데는 높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한 몫했다는 평가다.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경쟁률은 각각 323대 1, 1525대 1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 증거금으로 1억원을 넣는다고 해도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각각 13주, 5주 밖에 받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배정받는 물량이 제한되자 투자자들의 장외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전부터 공모주 청약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주식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상장 전 투자 개념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 들어 탄력을 받은 상황"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비상장 주식시장으로도 흘러들어온 데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로 인해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경우 증권사에서 발행되는 보고서도 거의 없을뿐더러 정보가 부족해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사설 장외시장 사이트의 경우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결제 불이행과 결제 지연 등의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