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 중소형사에 불리하게 작용…대형사는 '반색'
[뉴스핌=최영수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개편이 중소형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한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금융당국은 물론 사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금융투자협회에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금융당국이 제시한 NCR 규제 개편 방안을 놓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경영개선 권고기준 NCR 비율을 150%에서 100%로 낮추고 계산 방법을 바꾸었는데, 새로운 기준이 대형사에만 유리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 자본규모 작은 중소형사에 불리한 개편
가장 큰 변화는 NCR 계산방식으로 기존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 방식에서 '총위험액을 차감한 영업용순자본 대비 업무단위별 최소자기자본의 비율'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비율을 산출하면 자기자본규모는 작지만 보유 위험이 적은 중소형사들의 NCR 비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자기자본규모가 큰 대형사들이 더 유리해졌다.
실제로 NCR의 새 방식을 적용한 결과 대형 증권사의 평균 NCR은 476%에서 1140%로 증가한 반면, 중형사 평균은 459%에서 318%로, 소형사는 614%에서 181%로 감소했다(그래프 참조).
(자료: 금융감독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중소형사들의 NCR 비율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서 "사업성이 낮은 라이센스를 반납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 위기의 자본시장, 증권사 양극화 심해진다
대형사들의 경우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확대되어 증권업계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증권사는 위험보유 확대를 통해 중소형사와 격차를 늘리고 기업금융 면에서도 여력이 커진다. 헤지펀드의 출자나 신용공여, 인수 능력도 증가하고 자기매매 여력도 커진다. 자본력이 작은 중소형사는 사업성이 없는 라이센스는 반납하고 특화된 분야를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지난 9일 증시에서는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사의 주가가 2%대에서 최대 5% 가까이 일제히 상승했다. 대형주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증권업종 지수도 전일대비 2.85%나 급등했다. 하지만 교보증권과 신영증권은 약보합으로 유진증권도 보합으로 마감하는 등 중소형 증권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업계에서 양극화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금융투자협회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투협은 임원과 관련부서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긴급회의 갖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잔뜩 독이 오른 중소형사들을 달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회장님이 직접 임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대책회의 갖고 대안을 모색중"이라며 "중소형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형사 중심의 규제 완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협회장이 NCR 규제 철폐를 위해 주력하겠다더니, 결국 대형사만 대변하고 중소형사는 죽이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