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NH증권 합병 '초읽기'…대우·현대·동양 새주인 관심
[뉴스핌=최영수·한기진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의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서, 증권업계의 '빅뱅'이 개시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NH농협지주를 우투증권 패키지(우리아비바생명·우리저축은행 포함) 매각 우선 협상자로 결정했다. 전체 증권패키지 가운데 우리자산운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키움증권을, 나머지 3개사인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NH농협금융지주를 선정한 것이다.
우리자산운용의 경우 최고가 8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이, 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우투증권+생명보험+저축은행'을 농협금융이 1조1000억원에 가져가게 된 것.
각 우선협상대상자는 26일부터 2주간 확인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우리금융지주와 주식매매계약 협상을 진행한 후 내년 1월중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이사회 내에서의 '배임' 여부를 둘러싸고 증권 패키지의 '헐값매각' 논란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당초 제시한 패키지 '일괄 매각' 원칙을 견지하면서 결국 NH농협지주의 품에 안기게 됐다.
NH지주가 우투 패키지를 품에 안으면서 향후 금융투자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더불어 대형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M&A(인수합병)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 NH농협지주, 단숨에 '증권사 1위' 포석
▲ NH농협금융지주 사옥 전경 |
HN지주가 우투를 인수하면 단숨에 '증권사 1위'의 포석을 깔게 된다. 업계 12위인 NH농협증권과 업계 1위 우투가 합병할 경우 증권사 1위로 올라서게 된다.
2012년 회계년도 기준으로 총자본은 4조2000억원에 이르며 총자산은 32조원이다. 올해 9월말 기준 우투의 자산규모는 29조 1670억원, NH증권은 6조 4000억원으로 합병시 35조 5670억원 규모로 올라서게 된다. 업계 2위가 되는 KDB대우증권(자산 27조 1630억원)과 비교해도 규모 면에서 크게 앞지르게 된다.
점포 수도 9월말 기준으로 우투 107개, NH증권 27개가 합병될 경우 134개 규모로서 대우증권 107개를 크게 앞서게 될 전망이다.
내용면에서도 성공적인 인수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투의 실적이나 수익구조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양호하고, 시장점유율 제고와 영업망 확충에도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H증권 관계자는 "양사간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면서 "합병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투와 NH가 향후 합병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자산 및 점포 수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업계 판도 다시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
◆ 우투+NH 통합 과제…'지분 50% 확보' 관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투증권이 농협금융에 인수되더라도 '先분리, 後통합'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신한금융그룹이 굿모닝증권을, 우리금융그룹이 LG투자증권을, 하나금융그룹이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했던 사례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우투증권과 농협금융을 분리해 운용하면서 농협지점망을 이용한 시너지효과를 모색한 뒤 점차적인 통합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NH지주가 우투 지분 50%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우투 지분은 우리금융이 보유했던 37.9%다.
현재 상황에서 NH증권과 합병시 NH증권의 규모나 수익성이 너무 떨어져 통합 증권사의 지분율 50% 확보가 어렵다는 계산이다. 합병시 자산과 수익성이 지분 교환비율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NH증권의 자산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투에 비해 NH증권의 자산규모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합병할 경우 지분 50%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투 지분 50%를 확보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 '대형화' 가속…M&A시장 '요동'
우투증권의 매각은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체 M&A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업계 1위인 우투 외에도 대우증권(2위)과 현대증권(3위) 동양증권(10위) 등 10위권 이내만 4개사가 매물로 나왔고, 10위권 밖에도 다수의 중소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온 상태다.
매수자 우위의 M&A시장이 형성되면서 '돈'만 있으면 언제든 증권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매물을 내놓은 현대그룹(현대증권)이나 동양그룹(동양증권)의 자금사정이 급한 만큼, 매수 후보자들은 느긋한 입장에서 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시장가치조차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책상에 글로벌IB가 가져온 매물 서류만 가득할 정도로 매물이 많다"면서 "은행이 인수하려는 적정 규모와 수익성 등을 고려해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한기진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