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자문단 구성, 관련분야 최고 권위자들"
'정관33조' 따라 '비기업인' 걸러내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 이사회의 결정마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모양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의원과 김영식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후보로 삼은 것에 대해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했다. '후보 중 외부인이 하나도 없다는 점' '후보자 중 윤경림 사장과 신수정 부사장은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KT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을 때도 여권은 국민연금을 앞세워 절차상 투명성, 구 대표의 적절성 등을 문제삼았다. 이에 KT는 대표 선임 과정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 내외부 지원자를 받았고, 인선자문단과 지배구조위원회를 거쳐 최종 4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도 지원했지만, 스스로 사퇴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가운데)과 김영식 의원(왼쪽)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성중 의원 블로그] |
박성중 의원 등이 문제로 삼는 것은 우선 KT 출신으로만 4명의 후보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최종 후보에는 내부 지원자 중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이, 외부 지원자 중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과 임헌문 전 KT매스 총괄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4명 모두 KT 전현직 임원으로 모두 KT 출신이라는 박 의원의 주장은 맞다. 하지만 외부 지원 후보자들의 경력과 KT 정관을 보면 이걸 가지고 문제삼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KT 정관 제33조를 보면 '대표이사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 또는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기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대표이사가 되기 힘든 구조다.
이번에 외부에서 공모한 18명 중 KT 출신이 아니면서 기업 경영 경험이 있는 사람은 박종진 IHQ 부회장과 최방섭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2명이다. 이들 대신 박윤영, 임헌문 후보를 선택한 것을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한때 유력 후보로 꼽혔던 윤진식 전 장관이나 김성태 전 원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 등은 처음부터 기업 경영 경험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구 대표 연임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 지적을 받은 KT는 재공모부터 후보자 압축까지 '투명성'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자 명단은 물론, 심사위원 격인 인선자문단 명단까지 공개했다. 인선자문단에는 △권오경(한양대 석좌교수,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김주현(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전 법무부 차관)△신성철(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전 KAIST 총장)△정동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정해방(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활동했다.
특히 인선자문단을 보면 국내 공학계 최고 단체 중 하나인 한국공학한림원 전 회장인 권오경 석좌교수, 국내 예산 관련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정해방 전 차관, 리더십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계간 리더십'의 유일한 한국인 편집위원을 역임한 정동일 교수 등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속해 있다. 또 신성철 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 김주현 변호사 등 지난 정부와는 거리가 먼 인사도 인선자문단이다.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혐의 수사검사로도 활동했다.
KT 소식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인선자문단을 보면 관련 분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전문가들"이라며 "또 최대한 정치색이 옅은 분들 위주로 구성하려고 고심한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CEO 후보추천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투명성에 각별히 신경썼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심사기준 등 선임 절차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심사기준이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하면 내부인사가 유리하다 그렇게 듣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 경험이 없는 인사들을 걸러낸 정관 제33조의 경우 과거 황창규 전 회장을 선임할 때도 존재했다. 즉 구 대표가 본인의 연임 또는 본인이 원하는 인사를 CEO로 만들기 위해 심사기준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 내부 후보자 2명에 대해 구 대표의 아바타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억지'라는 시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런 식이면 '누구는 청와대에서 내려보냈다' '누구는 여당에서 미는 후보'라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것도 전부 사실이라는 건가"라며 "본인들이 원하는 인사를 CEO 자리에 앉히려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 역시 "말을 하기도 조심스럽다"며 "가장 중요한 명제는 'KT는 민영기업'이라는 것"이라며 말을 줄였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