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안태근 전 검찰국장·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형사사건서 추행사실 인정…보복인사 피해도 배상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그로 인한 보복성 인사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형사사건에서의 강제추행 인정여부를 놓고 안 전 국장과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19일 오후 서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검사가) 지난해 3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23 kilroy023@newspim.com |
이날 서 검사 측 대리인은 "안 전 국장에 대한 형사사건이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비록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으나 취지는 직권남용죄가 되냐, 되지 않느냐에 대한 법리적 판단에 불과하다"며 "서 검사에 대한 강제추행 사실과 인사발령 개입 정황은 원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 전 국장 측 대리인은 "강제추행과 관련해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직권남용 관련 사건에서도 강제추행 사실관계를 인정한 바 없으며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대법원과 환송 후 2심에서도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강제추행과 관련해서는 형사사건 주장과 마찬가지로 당시 만취해서 사실상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국가 측 대리인은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강제추행 부분은 직무와 관련성이 명확히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 측은 이에 "안 전 국장의 추행사실은 이미 형사사건에서 충분히 인정됐다"며 "보복성 인사개입이 촉발된 원인이 됐기 때문에 이 점은 충분히 원심 사실심 판단에서 입증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에서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없다는 입장에 따라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5월 14일 선고하기로 했다.
서 검사 측 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서 검사는 강제추행 범행 때문에 굉장한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2015년 있었던 통영지청 부당발령으로 더더욱 고통에 시달렸다"며 "그런 서 검사의 고통을 생각해서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한 방송에 출연해 2010년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와 관련해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국장은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네 번째 재판 끝에 지난해 10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서 검사는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고 부장검사가 있는 소규모 지청)인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다 2015년 8월 다시 부치지청인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 받았다.
법원은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으로 제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여러 사정을 참작해 결정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며 안 전 국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