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효과로 부진 탈출 중...한계업종 구조조정 서둘러야
[뉴스핌=정경환 기자] 산업생산이 4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 효과일 뿐 수출입이 살아나지 않는 한 '반짝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 생산·소비·투자 모두 개선...GDP·고용도 호전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4% 증가, 4개월 연속 늘었다. 이는 2011년 3월 4.0% 이후 4년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전년동월 대비로는 4.4% 증가한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2010년 2분기(1.7%)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고치이며, 지난해 1분기(1.1%) 이후 1년 반 만에 1%대 성장을 회복한 것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2.6% 성장해 지난해 4분기(2.7%)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또 심리지수도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5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서 제조업의 10월 업황BSI가 7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계절조정지수로도 10월 업황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한 70으로 집계,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3개월만에 개선됐다.
고용 또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올 9월 취업자 수는 2626만4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34만7000명(1.3%) 늘어, 한 달 만에 30만 명대를 회복했다. 고용률은 60.9%로 전년동월보다 0.1%p 상승했다. 15~64세 고용률(OECD 비교기준)이 66.1%로 0.4%p,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취업자 증가(9만1000명)로 1.0%p 올랐다.
경기를 판단하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100.7,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오른 104.1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산업 생산이 5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등 경기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10월 이후에도 내수를 중심으로 이 같은 경기 회복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10월 1일 ~ 14일)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큰 폭 증가하고 소비자심리도 메르스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소비 회복이 생산·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9월 및 3분기 중 산업활동 주요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회복세가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9조원 이상 내수 보완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4대 구조개혁 가속화 등 정책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수 만으론 부족, 수출 회복이 관건…"반짝 회복일 뿐"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밋빛 수치에 도취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지표가 상당부분 내수 진작 정책 효과에 힘입은 것이고, 내수만으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올들어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10월에도 10%대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잘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내수 쪽에서 부양책을 통해 일시적으로 끌어 올린 결과"라며 "대외 부문이 개선되면 괜찮겠지만, 계속 부진하다면 내수 만으로 끌고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통관실적 기준 수출액은 247억77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45억달러로 9.5% 줄었다. 이에 이달말 기준 수출액 역시 10%대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향후 수출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 등 대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50개를 대상으로 '1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가 전월 대비 2.7포인트 떨어진 90.2로 나타났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닌 거 같다"면서 "다만, 이것이 정상 수준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까먹은 수준에서 정책 효과로 어느 정도 치고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세계 경기가 좋아져야 하는 것으로, 그것이 안 된다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 철강 해운 등 한계산업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최근 기업들이 바이오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런 맥락"이라며 "조선이나 철강 등에서 돈을 벌기 쉽지 않다면 그에 대한 정리도 국가 경쟁력을 강화에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