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눈을 뜸과 동시에 하루를 시작, 반복된 일상, 지루함의 연속. 누구나 틀에 박힌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일탈’을 맘먹기란 쉽지 않다. 낯선 곳에서의 짜릿한 일탈, 한 번쯤은 꿈꿔볼 만한 경험이다.
인아(손은서), 나나(신소율), 유리(다은)는 미녀 3총사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외모의 매력녀들이다. 이들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 그동안 감춰왔던 모든 욕망을 마음껏 발산한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평소 쉽게 사랑에 빠지는 유리(다은)는 리조트에서 일하는 젠틀하고 매력적인 청년 민석(이준헌)에게 첫눈에 반한다. 얌전한 외모의 인아(손은서)는 그곳에서 세라(김진선)와 결혼을 앞둔 펀드 매니저 윤수(한재범)에게 위험한 호감을 느낀다. 그런 인아에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나(신소율)는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가 건넨 충격적인 제의를 받아들이며 일탈에 빠져든다.
삼총사 중 ‘퀸’으로 불리는 도도한 매력의 인아, 분위기 메이커 나나, 남자에게 푹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순정녀 유리까지. 주위를 둘러보면 하나쯤 눈에 밟히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신소율은 극중 캐릭터 ‘나나’와 혼연일체가 됐다. ‘실제 성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자연스러운 표정과 대사 처리가 눈에 띈다. 신소율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보였던 '유정'이의 밝은 이미지와 ‘못난이 주의보’ 속 '신주영'의 당찬 성격이 합쳐진 '나나'로 빙의돼 영화의 재미를 확실하게 책임졌다.
영화는 해외에서 처음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문제를 일으킨다. 런닝 타임 90분 속 3회의 베드신. 게다가 해당 장면이 영화에 차지하는 시간도 길다. 부모님과 함께 봤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 19세 영화의 기준이라면 그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는 성적 욕구에 대한 ‘일탈’을 이끌어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이번 ‘일탈여행’은 ‘숨겨진 욕망을 통해 성숙해진 자아 발견’이라는 본래의 기획 의도를 잊었다. 차라리 한 록그룹의 노래 가사처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거나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게 훨씬 더 일탈다운 일탈이 아닐까 아쉬움이 든다.
영화는 갑자기 19금 영상으로 흐려진 분위기를 만회하려는 듯 이시가키 섬에서 즐길 수 있는 온갖 레저 상품들을 화면에 띄운다. 웨이크보드, 패러글라이딩 요트를 타며 평화로운 여행 이야기로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이력이 있는 한상희 감독이 추구하는 영상미는 볼만하다. 29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