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적으론 엔화가 취약, 유로-파운드는 중간 지대
[뉴스핌=김사헌 기자] 물가 안정이라는 단일 목표를 내건, 금리조절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 통화정책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외환시장에도 중대한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 속에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 통화로 등극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눈길을 끈다.
UBS의 외환전략 담당 이사인 만수르 모히-우딘은 지난 2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 변화가 앞으로 수년간 외환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 외환시장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당장은 중앙은행 정책변화에 따라 가장 취약한 통화는 일본 엔화가 될 수밖에 없는 반면 미국 달러화는 경제 회복과 셰일 가스 혁명 등의 힘을 받는 데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점차 강세 통화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는 그 중간 지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유럽중앙은행(ECB)가 무제한 국채 매입에 나서고 영란은행(BOE)이 경제성장 목표를 내세우면서 다시 파운드화를 찍어 자산을 사들이게 되면 미국 달러화에 비해 이들 통화는 상대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모히-우딘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영란은행(BOE) 그리고 일본은행(BOJ) 등이 캐나다중앙은행과 스위스중앙은행의 선례를 따라 정책 목표의 범위를 확장하는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중앙은행은 과거식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신구(新舊)로 양분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수년 간 외환시장에 중대한 함의와 결과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먼저 앞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물가안정 목표 뿐 아니라 미국의 실업률, 유로존 국채 스프레드, 영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그리고 일본과 스위스의 외환보유액 변화 등 다양한 정책 목표의 변화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위스국립은행(SNB)나 연준의 앞선 경험으로 볼 때 통화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을 벗어나 확장될 때는 단기적으로 해당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경제성장세가 강화되면서 자본유입과 통화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시 강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는 얘기다.
한편, 당분간 통화정책의 변화 경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당연히 높아지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가 변화될 때 외환시장도 그에 따라 변화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모히-우딘 이사는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