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코로나 특수 역기저 현상으로 1분기 부진한 성적표
'밀' 원재료價 올라 영업익 감소 불가피…가격조정은 눈치만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작년 코로나19 특수를 제대로 누린 라면업계가 올해 1분기는 역기저 효과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라면업계의 대표적인 '빅3'는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이다. 특히 농심과 삼양식품처럼 '라면'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의 경우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라면은 '서민음식'이라는 특수성 탓에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라면업계 빅3 실적 추이. 2021.05.18 jellyfish@newspim.com |
◆ 1분기 영업익 농심·오뚜기·삼양식품 각각 55.5%, 13%, 46.2% 감소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5.5%, 13%, 46.2% 감소했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5% 줄어든 28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6344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줄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33억원 감소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 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3억원(54%) 줄었다.
농심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며 "영업이익은 해외법인의 이익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 등으로 55.5% 감소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1400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5%, 4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줄었다. 국내 매출액은 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감소했지만 해외 매출액은 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역기저 효과가 1분기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작년 1분기에는 사재기 현상으로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등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1분기는 평년 수준의 매출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최근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과 해상운임 급등세로 인한 원재료비, 물류비 등의 비용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오뚜기는 1분기(1~3월)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6712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을 기록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04% 감소했다. 원재료(유지류)값 상승과 전년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라면 업계 점유율 추이. 2021.02.23 jellyfish@newspim.com |
◆ '원재료價 상승' 부담…'서민음식' 타이틀에 가격도 못올려
업계는 올해 1분기 라면업체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라면 소비 자체는 늘고 있지만, 업체의 비용 지출도 늘어 영업이익이 매출 성장률에 한 참 못 미친다는 분석이 따른다. 또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주요 원재료인 밀, 대두, 팜유 등의 가격이 최근 1년 사이 모두 급등한 것 역시 영업이익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5월 팜유 선물은 말레이시아 인도복합상품거래소(MCX)에서 10t당 1189링깃에 거래됐는데,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는 밀과 대두는 각각 t당 268, 552달러에 거래됐는데 모두 1년 사이 약 50% 내외로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주요 곡물 수요가 증가했지만 지난해부터 북·남미와 호주 등 주요 곡창 지대에서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작황 부진 탓에 대부분의 곡물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해운비용까지 올라, 곡물 가격이 급격히 오른 것이다.
통상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판매가에 반영해 함께 올려야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라면업계는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서다. 정부 역시 라면 가격은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라면 값 인상에 예민한 경향이 있다.
결국 라면업계가 내부적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탓에 올해 들어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사재기로 인한 수요 역기저, 원재료(팜유 등) 투입단가 상승 부담에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며 "원재료 투입단가 상승은 중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수요 급증에 따른 기저 부담으로 내수시장의 라면 매출액은 역신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2019년 1·4분기 대비로는 내수 라면 및 스낵 매출액은 5% 증가한 수준으로 평년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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