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낙태를 했다며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던 엘살바도르 여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CNN, 영국 더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에벨린 에르난데스(21) 씨는 '고의적인 사산'으로 인한 태아 살인 혐의 판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코후테페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에르난데스 씨는 18세때인 지난 2016년 4월, 성폭력을 당하고 임신을 한 뒤 자택 화장실에서 쓰려졌고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사는 출산의 징후는 있지만 아기가 없다는 점을 당국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은 변기 정화조에서 사망한 태아를 발견했다. 태아는 임신 32주(8개월)째로 추정됐다.
2017년 에르난데스 씨는 고의적인 사산으로 태아를 사망케 했다는 살인혐의가 적용돼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에르난데스 씨 변호인 측은 그가 쓰러져 태아가 사산되기까지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사전에 임신 사실을 모르고 산전 관리를 하지 않은 것도 과실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에르난데스 씨 변호인 측은 태아가 뱃속에서 질식해 숨진 채 나온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고 법원은 가석방과 재심을 판결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사산이나 조산으로 인한 살인혐의 기소 사례가 재심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진행된 재심에서 법원에 1심보다 많은 징역 40년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과반수가 가톨릭교로, 산모의 건강과 성폭력 여부 관계 없이 낙태를 중죄로 다루고 있다. 낙태 수술을 했거나 사산을 유도한 여성은 최소 징역 2년에서 최고 5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성폭행을 당해 사산한 후 낙태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았던 엘살바도르 여성 에벨린 에르난데스 씨(가운데)가 19일(현지시간) 시우다드 델가도에서 열린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인권 운동가 마리나 모이사 씨 품에 안기고 있다. 2019.08.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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