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현지시간 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통해 '국익을 위해서라면 이웃 나라에 대한 무력 행사도 서슴지 않겠다'는 자세를 선명히 드러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공습의 정당성을 역설했지만 남미는 물론이고 유럽 내에서도 국제법 위반 소지가 짙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번 공습의 가장 위험한 나비효과는 러시아와 중국 등 지역 패권국에 의한 모방 행위(일방적 현상 변경)가 뒤따르거나 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이 지정학적으로 지니는 위험성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말보다 주먹의 역사
마음에 들지 않는 외국 정권을 미국이 무력으로 전복시킨 사례는 과거에도 심심찮게 있었다.
1989년 파나마에 2만4000명의 병력을 투입해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축출했고, 1973년엔 쿠데타를 사주해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몰아냈다. 1954년에는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 구스만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런 행보는 중남미를 넘어 중동으로도 이어졌는데,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몰래 제조했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지의 사실이듯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엔 헌장 2조 4항은 회원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무력을 이용한 위협 또는 그(무력) 행사'를 금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의 편의적 고립주의가 편의적 무력행사로 변모해가는 상황에서는 국제 사회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카피캣들이 여기저기 나타날 수 있어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4년차로 접어들었지만 평화협정은 마지막 9부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일시적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유럽 사회는 러시아의 영토 확장 야욕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안심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날 공습은 묘한 기시감과 불안감을 들게 한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을 둘러싼 중국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대만 이슈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반도와 동남아 주변국의 긴장도를 높이는 사안이다.

◆국제법 위반 논란과 카피캣 위험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밀매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피고라는 점을 내세워 이번 공습과 체포가 적법했다고 주장하지만 국제법 위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미국이 무력으로 주변국 정부를 전복시킬 때마다 되풀이된 논란이지만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과 서구 우방 사이에 연대의식이 느슨해진 터라 미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전만큼 곱지 않다. 프랑스의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마두로 체포는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국제법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긴장 고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국제법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데 사무총장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헌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수반하는 군사적 조치나 개별·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만을 인정한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했을 때 미국은 동맹국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내세워 이란 핵시설 타격을 정당화했다.
이번에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경유해 유입되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자위권 행사에 해당할 만큼의 위협이 있었는가에 대해선 논쟁적이다. 이날 CN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공격을 사전 통지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그간 다른 나라의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일관되게 비판해왔지만 정작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은 러시아나 중국 등 강대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을 지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했고, 중국은 대만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행사도 불사한다고 여러차례 선언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