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난해 콜롬비아 페트로 정권과도 날선 대립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의 앞마당 청소가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시간 3일 자랑스럽게 공개한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이를 알리는 몹시 공격적인 행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의 위상 복원과 존재감 강화'를 주요 골자로 했다. 그간 미국의 앞마당 관리, 즉 중남미 관리가 소홀했다는 자성의 발로이기도 하다. 한 눈 파는 사이 중남미에서 강해진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상황 인식과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 인식과 의지의 교차점에 베네수엘라가 위치했다.
마두로 정권이 미국을 향해 마약 테러를 일삼고 불법 이민을 방치했다는 표면적 명분 외에도 베네수엘라가 갖는 지정학적 의미가 남다르다. 주요 산유국이자 남미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트럼프식 다목적 포석의 먹잇감이 되기 좋았다.
◆ 서로의 앞마당(베네수엘라 vs 대만)을 겨냥한 체스판...다음은 어디
지난 12월3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서로의 앞마당을 의식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버전의 먼로주의, 일명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녹여냈다는 국가안보전략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을 복원"하고 "서반구 이외의 경쟁자들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쟁자가 어디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을 겨냥한 문구라 확신했다.
지난 십수년 중국은 중남미 국가들의 인프라 사업에 자금을 대는 한편, 핵심 광물과 에너지원, 기타 천연자원을 채굴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는 동안 여러 중남미 국가들의 최대 무역 대상국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어 갔다.

흥미롭게도 앞마당 청소에 주력하겠다는 트럼프의 안보전략(NSS)이 공표되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중국이 '중남미 및 카리브해 지역에 대한 대외정책'을 담은 문건을 내놓았다.
중국으로선 10년만에 남미 지역에 대한 대외 전략을 공개한 것인데, 6700자의 해당 문건에서 지도부는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일대를 포함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항상 변함없이 연대해 왔다"고 적었다. 대(對) 남미 정책 방향은 지난 세월 그러했듯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도부는 또 "국제 세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시 주석이 미국의 세계적 패권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할 때 거의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문구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트럼프의 '남미는 내 구역' 선포에 중국이 남미에서조차 한치의 땅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평했다. 전략구제연구센터(CSIS)는 "중남미를 둘러싼 강대국(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미국은 새벽 시간을 틈타 남미의 요충지 베네수엘라를 타격하고 마두로 정권을 축출했다.
이 거친 행마는 다음 표적인 파나마 운하로 직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지난해 초 취임과 동시에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다시 가져오겠다고 호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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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과도 날선 대립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페트로 대통령을 향해 "그는 악당이다. 코카인을 제조해 미국으로 반입시킨다"고 비난했다. 쿠스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비난에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최대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는 다카이치 총리가 왜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무리하게 중국을 자극했느냐다.
다카이치는 지난 10월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을 만나기 전, 먼저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했다. 참고로 노다 요시히코의 민주당 정권 몰락 이후 아베(신조) 내각을 시작으로 일본 외교는 전통적 친미(親美)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은' 친미로 더 나아갔다.
그 충직한 일본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게 '남의 앞마당에 계속 기웃대면 당신 앞바다(대만)의 풍랑이 거세질 것'이라 경고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 유가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러시아
최근 트럼프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대로면 가을 중간선거는 참패가 불가피하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트럼프의 인기가 하락한 배경에는 감당하기 힘든 생활비 부담이 자리한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절정에서 꺾여 내려왔지만 물가 수준 자체가 워낙 높아진 터라 상대적으로 작은 폭(그러나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의 물가 오름세에도 서민들의 생활고는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다시 들썩대기라도 하면 민심은 더 냉랭해지기 쉽다. 미국은 러시아의 돈줄을 조여 '서둘러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정을 맺으라'고 다그치고 싶지만, 러시아의 돈줄을 조일수록 미국내 인플레이션이 꿈틀댈 위험도 자라난다.
어둠의 통로로 유통되던 러시아산 원유를 완전히 틀어막을 경우 국제 유가와 미국내 휘발유 가격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버티기 전술 배후에도 이렇게 물고 물리는 관계가 자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이 전복되고 트럼프에 순종적인 새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대거 시장에 풀어 놓을 명분이 생긴다. 미국은 유가 충격을 덜 받으면서 러시아 석유 기업에 대한 제재를 더 심화하거나 지속할 수 있다. 즉 푸틴의 장기전은 미국에 큰 고통을 가하기 어려워진다.
이날(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 러시아 외교부는 "미국의 행위는 독립 국가의 주권을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참고로 마두로 정부는 중국 및 러시아, 그리고 이란 정부와 석유·광업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협력을 맺은 상태다. 이는 미국의 석유 공룡 기업들이 탐내는 자원이기도 하다.
물론 마두로 축출 후 베네수엘라가 극심한 내전 상태에 빠지거나 미국에 결사항전으로 맞설 경우 트럼프의 이러한 다목적 포석은 꼬이게 되고 미국의 앞마당은 더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 물론 그 소란스러움은 체스판의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댈 명분을 제공하기도 한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