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낙태를 둘러싸고 미국이 갈라지고 있다. 앨라배마와 같은 일부 주(州)에서는 초강력 낙태법이 통과됐지만 다른 한 편에선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치열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 CNN에 따르면 전날 네바다 주의회는 낙태 수술을 위한 일부 요건을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 의사가 낙태의 신체·정서적 함의를 알려줘야 하며 수술 전 여성의 나이와 결혼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기존의 요건을 없앴다.
이바나 캔셀라(민주·네바다) 상원의원은 지지자들에게 “미국의 다른 지역이 희망을 잃고 절망하고 있을 때 그들은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며 빛나는 신호등으로서 네바다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네바다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다수인 의회를 두고 있다. 이날 법안은 찬성 27표 대 반대 13표로 의회를 통과했다. 네바다 주의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이 법안에 만장일치로 반대했지만 한 명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법안은 가볍게 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앨라배마주에서 초강력 낙태 금지법이 통과된 것과 대조된다. 앨라배마주는 근친상간이나 강간으로 임신한 여성조차 낙태할 수 없도록 하는 낙태 금지법을 최근 통과시키면서 여성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시에서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의 낙태 금지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에서는 이같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두고 ‘태아도 생명이다’라는 주장과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견해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타주에서는 18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새로운 법의 실행을 법무장관이 거부하고 있으며 콜로라도 국무장관은 초강력 낙태 금지법이 통과된 앨라배마주로 직원들이 출장을 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버몬트주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낙태 권리를 보호하는 법을 승인했다.
특히 버몬트주의 낙태 권리 보호법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 보호 규정을 담았다. 이 법안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낙태할 권리를 막는 것을 금지한다. 현재 버몬트주에서는 낙태에 대한 어떤 법적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버몬트주 법안을 지지한 앤 퍼 상원의원은 “전국적으로 로 대 웨이드, 그리고 사적이고 믿을만한 생식 의료, 낙태가 위험에 처해 있는 이 상황에서 버몬트가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면 낙태 반대 조직인 수전 B. 앤서니 리스트의 맬로리 퀴글리 부대표는 올해 몇 개 주에서 통과한 낙태 제안 법안이 낙태 권리 보호법보다 많다면서 낙태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의 노력이 일부 지역에서 실패했거나 교착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사회도 여성들을 중심으로 낙태 관련 법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전날 약 100명의 시위대가 ‘낙태는 의료다’, ‘2019년은 1920년이 아니다’와 같은 푯말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같은 날 조지아주에서도 임신 6주가량의 낙태 수술을 금지한 소위 ‘태아 심장 박동법’에 저항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주의회 앞에 모였다.
민주당 소속인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임신 중기 중절 수술을 금지한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고 위스콘신주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 역시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통과시킨 반(反) 낙태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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