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대표 "저비용이란 LCC 역할에 충실"...운임경쟁력 '확대'
중거리 노선 다변화 가능...임차료·연료비 절감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단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B737-MAX 도입을 검토할 것입니다. MAX를 들여오면 노선 네트워크를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3월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뛰어난 비용효율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 많은 이들에게 여행의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기단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후 8개월 만에 B737-MAX 50대 구입을 결정했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 [사진=제주항공]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 '맏형' 제주항공이 연료효율이 개선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 중거리 노선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항공기 운용방식을 기존 임대(리스) 중심에서 직접 보유로 바꾸고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 "저비용이란 LCC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미국 보잉사의 B737-MAX8 50대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40대는 확정구매, 나머지 10대는 옵션구매로, 오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아 운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정구매로 계약한 항공기 40대에 투입되는 비용은 약 5조원(44억 달러)이다.
B737-MAX8은 현재 제주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189석)과 크기 및 좌석 수는 같지만 연료효율성을 높여 항속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연료효율이 기존 대비 14% 높아 운항거리가 최대 6500㎞에서 7500㎞로 1000㎞ 이상 늘어난다. 따라서 그동안 취항하지 못했던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기 동남아 노선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제주항공의 이번 결정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체질개선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B737-800을 38대 운용하고 있지만 그 중 35대가 임대다. 이 항공기들의 임대계약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B737-MAX로 전환, 임차료를 줄이고 연료비·정비비 등의 비용절감도 꾀할 계획이다.
특히 이러한 비용절감은 제주항공의 운임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규 기재 직접 도입으로 단위운항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경쟁사와의 운임경쟁력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이 대표의 "기단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원가경쟁력을 고려할 것"이라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그는 "단일기종 운용을 계속 지켜 그 과정에서 얻고 있는 비용효율성, 운영안정감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며 "고객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한다는 LCC 고유 모델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제주항공이 이번 대규모 구매계약을 통해 '기체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규 기재를 일정 기간 이용한 뒤 이를 매각, 업그레이드 된 신규 기종을 다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단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량이기 떄문에 공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정 연구원은 "이를 통해 계속적으로 비용 절감 및 연료 효율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절감한 비용을 운임에 반영해 경쟁사와의 운임 격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번 B737-MAX 도입계약을 통해 차세대 항공기로 자연스럽게 기단을 교체하고 원가 경쟁력도 유지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대표 국적항공사로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