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제주도, 18개월만에 운임 인상 합의
이 사장, 제주도에 상생협력 제안..."신뢰 쌓기가 우선"
요금 할인‧화물 수송‧제주발 국제선 추진 등 '윈윈'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제주도에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협력방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현재 도민들에게 여러 혜택을 주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신뢰가 쌓이면 운임 갈등도 자연히 해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석주(사진)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출입기자단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제주도와의 운임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제주도와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얘기였다.
이 사장은 그로부터 5개월 뒤, 불과 취임 10개월 만에 제주항공의 숙원사업이었던 운임 인상 문제를 깔끔히 매듭지었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며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대신, 매달 정기적으로 도 관계자들과 만나 상생을 고민한 결과였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주항공] |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제주도는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국내선 항공운임 인상과 관련해 최근 무사히 합의를 이뤄냈다. 이로써 지난해 2월 제주항공이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된 갈등이 1년6개월만에 마무리됐다.
그동안 양측은 운임 인상과 관련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다. 제주항공이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선 경쟁사와 동일한 운임 설정이 필요하다"면서 인상을 추진했으나, 제주도가 "도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제동을 건 것.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운임 인상을 강행하자 "지난 2005년 체결한 협약서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법원에 인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협약서에는 '항공요금 변경 시 제주도와 협의 후 시행한다'고 적혀 있는데, 양측은 '협의'라는 단어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제주항공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제주도는 논의를 거쳐 의견일치에 도달하는 것이 '협의'라고 각각 주장했다. 즉, 제주항공은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협의를 거쳤다고 본 반면, 도는 항공사 측이 절차를 무시하고 운임을 올렸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으나 1심 재판부는 제주항공의 손을,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올해 1월 곧바로 취하했다. 그리고 제주도와의 상생을 고민,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 이석주 사장이 있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제주도를 방문했다. 그는 "제주항공의 설립정신을 되찾기 위해 첫 출장지로 제주를 찾았다"면서 "제주도 측에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상생방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사장은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나 신뢰회복과 상생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후 제주항공과 제주도는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주항공쪽에서 상생을 강조하며 함께 공익적인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해 다양한 협력사업이 시작됐다"며 "해당 사업들의 결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시점에 요금 인상 관련 협의를 하기로 했고, 최근 상생협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 4월부터 4·3 생존 희생자(50%)와 유족(30%)에 대한 항공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해오고 있다. 또한 이달부터 시작하는 국내선 화물 사업을 통해 기존 항공사의 80% 운임만 받고 제주산 농산물을 적기에 수송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또한 제주도의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에 발맞춰 제주발 국제선 노선도 개설하기로 했다. 현재 부정기로 운항 중인 제주-홍콩 노선을 정기노선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향후 △제주-후쿠오카 △제주-마닐라 정기 취항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이 사장은 제주발 국제선 취항 요구에 대해 "꼭 정기노선이 개설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도 제주항공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운임 인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제주를 오가는 제주항공의 국내선 요금이 최대 11.1% 인상된다. 당초 지난해 3월 제주항공이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던 금액이다.
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인상한 수준으로 제주항공 운임을 올리기로 합의했다"며 "18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는 인상해도 도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매달 지속적으로 만나 꾸준히 상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더 이상의 갈등은 없다"고 덧붙였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