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미국 기업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 75%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들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이 올들어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 정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의 정치권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발행 수요가 한풀 꺾인 요인으로 꼽힌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16일(현지시각)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올들어 미국 기업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 규모가 25억유로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0억유로를 웃돌았던 발행액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지난 2년간 미국 기업들이 유럽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1000억유로를 넘어섰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2015년 12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에 나선 반면 지난해 유럽의 채권시장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확산되자 애플을 포함한 미국 주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낮은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데다 ECB가 자산 매입을 축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이 상당폭 줄어든 데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유럽 시장의 조달 비용이 오히려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 리스크가 점차 고조되면서 시장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기업 경영자들이 유럽행을 꺼리는 모습이다.
바클레이즈의 조소 데이비스 신용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에 비해 유로화 자금 조달 비용이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며 “미국 기업들의 유럽 회사채 발행이 급감한 것은 단순한 경제 논리”라고 설명했다.
유럽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미국보다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미국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2014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같은 만기의 유럽 신용 스프레드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스프레드는 추가로 하락하며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JP모간은 이번주 같은 만기의 달러 회사채 발행 비용이 유로화 대비 6bp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의 달러화 회사채 발행액은 올들어 14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