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늪 빠진 LCC는 수익성 경고등
항공산업, 재무력·기단 차이가 생존 가른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항공업계는 2026년 여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든 항공사가 웃는 한 해는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거리·프리미엄 노선을 쥔 대한항공은 운임 방어력과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한 저비용항공사(LCC)는 공급 과잉과 비용 부담에 갇혀 수익성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태평양 항공 여객 수요는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노선은 무비자 입국 확대와 관광 수요 회복으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일본·동남아 노선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 추가적인 수요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도 여전히 견조한 상용·프리미엄 수요가 있지만 해외 항공사발 직항 노선 확대와 각국 입국 규정 강화 등으로 성장률이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수요는 늘지만 성장 속도는 떨어지는 국면에서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실적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엔데믹 이후 고운임·고수요에 힘입어 항공사들이 빠르게 실적을 회복했지만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항공사별 사업 구조 차이가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객 수요만 늘면 다 같이 좋아지는 장이었지만, 지금은 어떤 노선을 갖고 어떤 고객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손익 구조가 완전히 갈리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비즈니스·환승 수요와 프리미엄 서비스 수요를 기반으로 운임을 방어하는 반면, LCC는 단거리 운임 경쟁이 심화되며 마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인건비·정비비·리스료 등 비유류비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20% 이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고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항공사들의 고정비 비중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운임 결정력과 기재 운영 효율성이 낮은 LCC가 수익성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거리 노선 수익성 악화는 LCC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국내 공항의 일본·동남아 노선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공급 수준을 웃돌고 있고, 올해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 보유 대수는 FSC 210대·LCC 185대로 팬데믹 이전보다 늘었다. LCC를 중심으로 좌석 공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단거리 노선에서는 승객을 확보하기 위한 운임 인하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 여객 공급석 기준을 100% 이상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환율 여파로 여행 경비가 급증해 여객 수요 확대 여력이 크지 않은 점도 LCC에 악재다.
단거리 노선 편중,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 다각화 수준, 작은 기단 규모 탓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여력도 제한적이다. 운임 인하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신기재 도입, 인력 확충, 공항 슬롯 확보 등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는 계속해야 하지만 금리와 차입 비용이 높은 환경에서 이를 감당할 재무 여력은 FSC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수요를 기반으로 수익성 위주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용·비즈니스 수요 비중이 높은 미주·유럽 노선과 프리미엄 객실 판매는 가격 인하로 인한 수요 둔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항공시장에서 신규 항공기 인도가 지연돼 장거리 노선 공급이 빠르게 늘지 못하는 점도 운임 방어에 우호적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과 통합 항공사 출범에 따른 네트워크 확대도 대한항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단 현대화 역시 대한항공의 체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대한항공은 향후 매년 15대 이상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기재 비중을 늘려 유류비 부담을 줄이고, 노후 항공기 교체를 통해 정비 관련 비용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축적된 현금성 자산과 개선된 신용도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항공업계에서는 2026년 국내 항공사 키워드는 '실적 격차 확대'일 것으로 관측한다. 아태지역 항공 수요는 꾸준히 늘겠지만, 그 성과는 장거리·프리미엄 노선을 쥐고 있는 네트워크 항공사와 재무 여력이 탄탄한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는 누가 더 빨리 성장하느냐보다 누가 손실을 덜 보느냐, 누가 버틸 체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 기준에서 보면 대한항공과 LCC의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