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유동성이 얇은 주말 거래 속에서 7만 6,000달러 선으로 떨어지며, 2025년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충격 직후 겪었던 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일 오전 8시 1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7만 6,628.17달러로 24시간 전보다 2.59% 하락 중이다. 비트코인은 1월에만 거의 11% 떨어지며 4개월 연속 월간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ICO(가상화폐 공개) 붐 이후 붕괴가 이어졌던 2018년 이후 가장 긴 하락 행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월의 급락으로 시작된 조정이 이제 더 부식적인 국면으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공포에 따른 투매가 아니라 매수자·모멘텀·신뢰 자체가 사라진 데서 비롯된 하락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조정과 달리, 이번에는 명확한 촉발 요인도 없고 연쇄 청산이나 시스템적 충격도 없다. 지정학적 긴장, 달러 약세, 위험자산 랠리에도 반응하지 못했고, 최근 금과 은 가격이 거칠게 요동치는 동안에도 암호화폐로의 자금 이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켓메이커 윈센트의 디렉터 폴 하워드는 "2026년에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가격 하락 자체보다 소셜미디어 전반에 퍼진 낙관론의 부재다.
이번 하락은 어떠한 응원도, 저가 매수 열기도 거의 동반하지 않았다. 투자자들 다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 전환으로 인한 규제 완화,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 같은 낙관론이 이미 선반영됐고 더는 기대할 호재가 없다고 보고 있다.
◆ ETF·유동성마저 식었다
현물 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계속되며, 주류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신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당수는 고점에서 매수한 뒤 현재 손실 상태이고,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대형 기관들도 지난해 자사 주가 버블이 꺼진 이후 매입 속도를 늦추면서 시장 상단의 수요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대규모 거래를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의 정도를 나타내는 비트코인 '시장 깊이(market depth)'는 카이코 데이터 기준으로 10월 고점 대비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정도로 유동성이 위축된 것은 2022년 FTX 붕괴 이후 처음이다.
역사적 패턴도 위안을 주지 못한다. 2021년 고점 이후 비트코인은 회복까지 28개월이 걸렸고, 2017년 ICO 붐 이후에는 거의 3년이 필요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하락 국면은 아직 초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이코의 애널리스트 로랑 프라우센은 "의미 있는 회복이 시작되기까지 추가로 6~9개월이 더 걸릴 수 있으며, 조정과 재축적 국면의 후반까지 거래량은 위축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페로 BTC 변동성 펀드의 설립자 리처드 호지스는 "나는 많은 비트코인 고래들과 대화하는데 그들에게 앞으로 1,000일 동안은 사상 최고치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형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