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필요할 때 곁에 있는지 시험대될 것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들에 '청구서'를 내밀었다. 특히 한국의 원유 의존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미군 주둔과 연계한 압박 발언까지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 "미국은 1% 미만, 한국은 35%"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 오찬 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국가별 원유 수입 비중을 상세히 나열했다. 그는 "미국은 원유 수입의 1% 미만을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다른 국가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을 조달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약 35%를 들여온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반면 한국 등은 해협 봉쇄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파병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 미군 주둔 언급 '안보 무임승차론' 재점화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군 주둔 사실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어떤 나라에는 4만 5000 명의 훌륭한 미군 병사들이 주둔하며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주일미군(약 5만 명)을 겨냥한 동시에 주한미군(약 2만8500명)을 포함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왔지만, 그들은 (파병에) 별로 열의가 없다"며 "그 열의의 수준은 나에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맹국의 파병 여부를 향후 관계 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아무런 보상 없이 타국을 위해 이곳(호르무즈해협)을 지켜왔다는 사실이 늘 놀라울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세계 최강국이지만, 이번 사안은 동맹들이 과연 필요할 때 우리 곁에 있는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수십억 달러짜리 군함 직접 끌고 와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기뢰 부설함 30척을 모두 격침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가 "수십억 달러짜리 군함을 직접 끌고 와야 한다(Drive it up)"고 압박했다.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필요하다"는 비유를 들어 우방국의 실질적 기여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파병 요구에 '팀과 논의하겠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왜 팀과 회의가 필요한가"라고 쏘아붙였다고 밝혔다. 또한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난색을 보이는 일부 지도자들의 반응을 조롱 섞인 어조로 흉내 내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곧 파병에 동참할 국가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이란 공격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들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항로 무기화를 예견했다"고 주장하지만, 동맹국들에는 사후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수혜국 책임론에 정부 대응 주목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의존도 직접 거명하며 '수혜국 책임론'을 제기함에 따라,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그동안 중동 정세, 이란과의 관계, 에너지 안보 등이 얽힌 민감한 현안으로 다뤄져 왔다. 조만간 발표될 미 국무부의 파병 협력국 명단에 한국이 포함될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기여를 요구받을지가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