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0억 달러 보유고 수익, 좋은 경상흑자 흐름 감안하면 "감당할 만 해"
국민의힘 "외환보유액 허물지 않고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수준"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한미 관세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현금투자 3500억 달러의 구조가 양국간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굉장히 잘된 협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29일 저녁 진행된 국회 기회재정위 종합감사에 출석, 한미간 합의 소식을 전달받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또 "정부에 지난 8월초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는 (연간)150억~200억 달러라고 근거와 함께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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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국세청·관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yooksa@newspim.com |
합의의 큰 구조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약 284.6조원)와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약 213.5조원)로 나뉘고 2000억 달러를 연간 200억 달러의 한도에서 10년간 분할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총재와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외환보유고를 지목한다. 한은이 지난 10일 발표한 9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20억 달러다.
대부분 미국 국채 등 주요국 국채, 정부기관채, 우량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외화표시 유가증권에 투자되어 있다. 한은에 따르면 9월말 외환보유고의 89.7%가 이런 유가증권이다.
여기다 이외에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예치금, 금 등과 긴급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 출자금(포지션) 등이 5% 미만이다. 결국 보유고의 95%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이자나 배당 등 투자차익과 시세 차이에 따라 운용 수익이 자연스럽게 불어나게 돼 있다.
실제 한은은 9월말 외환보유고가 전월에 비해 57.3억 달러가 증가한 것은 운용 수익 증가와 분기말 효과로 인한 금융기관의 예수금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고는 22개월만에 4200억 달라러를 넘었다.
외환보유고 운용수익의 상당 부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미 연준은 30일 새벽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4.00%~4.25%에서 3.75%~4.00%로 낮아졌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4220억 달러를 기준으로 200억 달러를 운용수익으로 조달하려면 연간 4.73%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충분한 정도는 아니고 다소 적극적인 포트폴리오와 운용을 하면 가능할 정도다.
한은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로부터 외환보유고 운용 사무를 위탁받아 한은 부설 외자운용원을 통해 보유고를 운용하고 있다.
이것이 이창용 총재가 말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인 연간 150억 달러~200억 달러의 외환 조달 계획이다. 아직끼지는 외환보유액 등에 긍정적인 경상수지의 흑자 흐름이 좋으니 현재로서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한 전문가 평가도 이 총재처럼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은 출신 한 경제학자는 "미국이 3500억 달러의 현금투자를 강하게 요구하는데 이를 조선협력으로 나누고 다시 현금부문을 10년 거치 분납 형식으로 만든 것은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협상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연간 200억 달러는 우리 외환보유고 수준으로 볼 때 다소 빠듯하다"며 "여기에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경우 200억 달러의 한도는 평소의 배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해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민의힘이 전날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연 200억 달러 (현금)투자는 이미 한계선에 도달한 규모로 외환보유액을 허물지 않고서는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금융기관의 외화표시채권발행을 통한 해외 조달의 경우 달러를 직접 조달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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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은행] 2025.10.30 ojh1111@newspim.com |
ojh111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