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해킹 보상 여파…통신사 간 가입자 쟁탈전 격화
7월 SK텔레콤 번호이동 9만 명 감소, 경쟁사 반사이익
방통위, 시장 과열 차단 위한 유통망 점검·모니터링 중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통신 3사의 상반기 번호이동 현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한 달간 번호이동 건수가 92만 5,672건에 달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과열 경쟁의 신호가 켜졌다. 이는 전월 대비 38.9% 증가한 수치로,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간 번호이동 기록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SK텔레콤을 떠나 타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총 34만 5,517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는 25만 4,250명으로, 유출이 유입보다 9만 1,267건 더 많았다.
다만 감소 폭은 유심(USIM) 해킹 사고 직후인 5월의 40만 명 순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SK텔레콤이 공격적인 방어 전략을 통해 경쟁사로부터 가입자를 유치해 이탈을 일정 부분 만회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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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달 23일 신승한 방송통신위원회 시장조사심의관(오른쪽)이 서울 강변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점 등을 방문해 단말기유통법 폐지에 따른 변경제도 이행 여부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방송통신위원회] |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이탈 가입자를 대거 흡수했다. 7월 중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는 13만 1,108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13만 9,451명으로 집계됐다. 각 사의 순증 규모는 각각 4만 9,065명, 5만 1,677명에 달했다. 알뜰폰(MVNO) 진영도 7만4958명의 유입을 기록하며 3만6,928명의 순증을 나타냈다.
◆ 단통법 이전으로 회귀? 번호이동, 10년 만에 최고치 근접
7월 이동 급증은 단통법 폐지라는 구조적 전환에 SK텔레콤 해킹 보상 조치, 삼성전자 단말기 출시, 여름 성수기 등 단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번호이동는 통신사 간 가입자 쟁탈전을 의미하는 만큼, 최근의 급격한 증가세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열 경쟁 억제를 목적으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번호이동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연간 번호이동 건수가 1,000만 건을 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첫해인 2014년에는 약 800만 건대로 떨어졌다. 이후 번호이동 규모는 꾸준히 감소해 2018년부터는 500만 건대, 2022년에는 400만 건대로 줄어들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지난 10년간 통신사 간의 보조금 경쟁이 크게 위축되면서 월평균 번호이동도 50만 건 안팎의 안정된 수준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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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 [자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
그러나 지난달 22일 단통법이 폐지된 이후 번호이동은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번호이동 건수는 52만 5,937건으로 평년 수준이었으나, 지난 4~5월에는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이에 따른 위약금 면제 조치 등이 겹치면서 5월에는 93만 건을 넘겨 단통법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단통법이 공식 폐지된 이후인 7월에도 번호이동은 약 92만 건을 기록하며, 2014년 2월 이후 9년 만에 월간 기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로 치솟았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전 보조금 대란 시기(2014년 1~2월)의 월간 이동 수치(100만 건 이상)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 방통위 "보조금 과열 막을 것"…현장 집중 단속 중
정부는 시장 과열로 인한 불법 보조금 살포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점검에 나섰다.
특히, 통신시장 과열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단통법이 효력을 상실한 직후인 지난달 22일부터 전국 휴대폰 유통점을 대상으로 불법·편법 영업행위 차단을 위한 일제 점검에 착수, 이튿날에는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를 방문해 단통법 폐지 이후 제도 이행 상황을 현장 점검했다.
또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및 휴대폰 유통점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제도 변경 사항에 대한 유통망 교육·전달 현황, 이용자 안내 과정의 애로사항 등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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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모습. [사진=뉴스핌 DB] |
방통위 측은 "시장 혼란과 불법·편법 영업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유통점을 대상으로 정당한 판매 자격인 사전승낙서 게시 여부, 계약서상 이용자 안내 및 명시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일제 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8월까지 시장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