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지배구조 개선으로 역부족...의식 바꿔야
'조직문화' 혁신 없이 금융사고 재반복 인식 강해
"금융당국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장치 만드는 것"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9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조직문화'를 언급하며 고강도 비판에 나선 건 잇단 금융사고가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연유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그간 은행권 자율성이 보장됐던 조직문화 감독에 나설 것을 공식화한 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에 금융당국이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20개 국내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원장은 "최근 몇년간 불완전판매가 잇달아 발생하고 최근까지도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도덕불감증과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책무구조도 등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지만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향후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국내 17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19 yym58@newspim.com |
그가 언급한 금융사고는 지난 11일 발생한 우리은행의 100억원대 고객 대출금 횡령사건과 3월 적발된 NH농협은행의 109억원 규모 배임, 5월 추가로 확인된 64억원 규모의 2건의 배임사건 등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난 2022년 말 국내은행의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아울러 막대한 고객 손실을 초래한 홍콩ELS 사태 역시 시중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관행이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이다.
특히 이 원장이 은행권 '조직문화'의 혁신을 언급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앞으로는 금융회사들의 조직문화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불완전판매, 금융사고 등이 '조직문화' 혁신 없이는 반복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한 모범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점검하는 새로운 감독 수단을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조직문화 변화를 끌어낼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만들기 위해 네덜란드, 호주 등 해외 감독 사례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외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네덜안드 호주 뿐 아니라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조직문화에서) 왜곡된 측면이 있다면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은행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1년을 남긴 이 원장이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드러내면서 금융사고 등에 대응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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