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100% 국민 공천하면 계파정치 필요 없어"
전문가 "공천 심사 회의록 공개해 투명성 제고해야"
[서울=뉴스핌] 홍석희 윤채영 기자 = "특정인에게 공천권이 집중돼서 당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공천권을 의식하는 게 우리나라 정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공천 제도를 손보지 않고 이대로 가면 중대선거구제로 백날 바꿔봐야 소용없다."(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선거구 개편 논의가 윤석열 대통령·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천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중대선거구제로 바꿔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각 정당의 공천 개혁이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 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을 도입하거나 공천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해 당대표 개인의 입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 일각에선 현역 정치인에게 유리한 현행 공천 제도를 정치 신인들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전국경실련 2024 정치개혁 운동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12.07 mironj19@newspim.com |
◆ "오픈프라이머리 도입해야"..."한국엔 안 맞아" 반론도
공천 개혁과 관련해서 정치권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안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다. 오픈프라이머리란 당원들뿐만 아니라 당에 속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후보자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선제도다.
미국의 경우 당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주마다 후보자 지명을 위한 예비선거를 진행한다. 이후 각 당의 최다 득표자가 본선 후보로 지명돼 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들이 상향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당대표와 권력자의 영향력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단 장점을 갖는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개혁의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오픈프라이머리"라며 "100% 국민 공천제를 하면 줄서지 않아도 되고 계파 정치가 필요 없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후보의 인지도에 크게 좌우되는 오픈프라이머리 특성상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의 경우 정당들이 평소 정치 신인 발굴에 꾸준히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인들의 정치적 기반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오픈프라이머리로 경선을 하면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들을 상대로 질 이유가 없다"며 "우리나라 선거법상 정치 신인들이 평상시에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거의 없다. 선거에 닥쳐서 갑자기 경선하자고 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청년 정치인들은 오픈프라이머리 형태보단 후보들의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역구 주민들로 구성되는 일종의 '배심원제'가 돼야 한다"며 "배심원들 앞에서 토론도 하고 정견도 밝히면서 '저 사람이 우리 지역의 대표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01.04 leehs@newspim.com |
◆ 아직도 '불투명한' 공천 과정..."심사과정 회의록 공개해야"
여야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정당의 현행 공천 제도는 철저히 당대표 1인의 주관적 개입이 용이한 구조다. 게다가 공천 심사과정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당대표는 공천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부담이 적다. 공천 과정에서 진행된 회의록 등을 외부에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교수는 "공천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공천 기준도 급박하게 설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공천 과정에서의 회의록이나 근거가 되는 것들을 잘 모르게 된다. 공천한 근거나 회의록을 남겨두고 나중에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활동을 종료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한 위원도 통화에서 "공천을 하기 위한 기준을 볼 데이터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출마 희망자가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본인 활동 내역을 올리거나 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믿을만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 정착했다고 자평하지만 조 교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공천 과정을 최대한 공개해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단 것이다.
그는 "경선도 실시하고 여론조사도 활용하기 때문에 분명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면서도 "여전히 국민들은 당 수뇌부의 입김이나 계파 나눠먹기나 파워 싸움이 있다고 느낀다. 당원·국민·전문가·시민단체가 그런 부분에 의혹이 없을 정도가 돼야 '시스템 공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당 수뇌부가 전반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식을 갖고 공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한 책임 의식을 끌어올려 공천 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킬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2022.12.26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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