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표하면 졸업 못할까봐 아무말 못했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대학교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7일 같은 학과 대학원생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jeongwon1026@newspim.com |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은 ▲지난 2015년 2월 페루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하던 중 앞자리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점 ▲2017년 6월 스페인 학회 참여 후 카페에 가서 피해자의 치마를 들추고 허벅지 안쪽의 흉터를 만진 점 ▲같은 날 새벽 피해자의 팔을 잡아 억지로 피고인과 팔짱을 끼게 한 점이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누른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지압을 해준 것이지 추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 허벅지에 화상입은 것을 걱정하는 마음에 붕대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본 것 뿐"이라며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마지막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서도 "팔짱을 낀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것이고 피고인이 강제로 끼운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 역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바이다"며 "본 재판이 엄중하고 중립적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B씨는 "당시 버스 뒷자리에 앉았던 피고인이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를 천천히 그리고 살살 만졌다"면서 "너무 당황스럽고 불쾌하고 기분이 더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불만을 표현하면 졸업을 못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스페인 카페에서 피고인이 허벅지 화상입은 부분을 한번 보여달라고 해서 거절했는데도 붕대를 툭툭 치다가 치마를 살짝 들추면서 허벅지 안쪽을 스쳤다"면서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같은 날 "피고인이 명령하는 말투로 '팔짱 끼라'고 말해서 못들은 척 했더니 갑자기 손을 잡아서 팔짱을 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당시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어서 더 이상 A교수를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미국에 지내는 동안에도 주변인들을 통해 계속 연락을 시도해오자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앞서 B씨는 지난 2019년 2월 해당 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작성하면서 피해사실을 처음 밝히고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는 A교수를 해임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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