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반대론 아직도 비등 "무장 탑재 등 중‧대형항모보다 떨어져"
전문가 "기술 수준‧가성비‧작전 효과 등 고려할 때 경항모가 최선"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무장탑재능력이 떨어지는 경항공모함을 만들어서 어디에 쓰겠나. 차라리 중‧대형항모를 만들어야 한다.", "경항모가 아니라 중‧대형항모를 만든다고 했으면 찬성 여론이 더 많았을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서 처음으로 경항모 건조 계획을 공식화했다.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2022년부터는 기본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며, 현재 해군에서 그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은 우군보다는 적군이 더 많은 분위기다.
경항모를 반대하는 이들은 여러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장은 '왜 하필 경(經) 항모냐'는 것이다.
경항공모함 개념도 [사진=해군] |
우리 해군이 구상 중인 경항모는 약 3만톤의 크기에 길이 약 265m, 폭 약 43m이고 수직이착륙기를 10여대가량 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경항모는 약 4~7만톤인 중형항공모함이나 약 8~10만톤인 대형항공모함에 비해 ▲운용 가능한 함재기의 수 ▲함재기의 작전 반경 ▲탑재 가능한 무장의 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제원이 현저히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왜 군은 경항모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할까. 그 이유는 크게 ▲현재 한국의 기술 수준과 비용 ▲가성비 ▲작전효과 등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정승균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이 경항모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공식 유튜브 캡처] |
◆ 정정훈 "항모 운용 경험 전무한데…경항모 건너뛰고 중‧대형 항모? 비용도 어마어마"
우리 군은 함공모함은커녕, 함정에서 헬기를 운용해 본 경험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항모 건조는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함정 기술 전문가인 정정훈 박사(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는 "항모 운용 노하우가 없는 한국이 경항모 설계를 한다는 건 사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그런 한국이 경항모를 건너뛰고 중‧대형 항모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모의 꽃'이라 불리는 함재기 운용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경항모 함재기로는 수직이착륙기인 F-35B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F-35B는 활주로가 짧은 경항모나 스키점프대를 갖춘 일부 중형 항모에서 운용하는 수직이착륙기다. 반면 대다수의 중‧대형 항모는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F-35C를 운용한다.
중요한 것은 F-35C를 운용하려면 단순히 활주로만 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캐터펄트(사출기, 함재기를 띄울 때 쓰이는 장치)와 어레스팅 기어(착함장치, 함재기를 함정에 착륙할 때 쓰는 장치)가 꼭 필요한데, 이 기술을 갖춘 나라는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이 전부다. 중국도 최근 건조 중인 세 번째 항모(중형 항모)에 전자기 사출장치를 갖췄다고 알려졌는데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이다.
경항모와 중·대형항모의 제원, 건조 비용 및 운용 비용 비교 [사진=대한민국 해군 공식 유튜브 캡처] |
기술력 문제뿐만이 아니다. 중‧대형 항모에 필요한 사출기나 착함 장치를 갖추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정 박사는 "미국이 그 동안은 증기식 사출장치만 쓰다가 최근에 전자기 사출장치를 쓰기 시작했고 이걸 영국에 판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며 "영국이 퀸 엘리자베스를 설계하면서 미국에서 사출기를 도입하고 F-35C를 함재기로 운용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비싸서 결국 포기하고 함재기를 F-35B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항모는 건조 비용은 약 2조 300억원, 연 운용비용은 연료비, 탄약비, 유지비, 지원비 등 순수 운영유지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합해 약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비용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경항모는 일각에서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비용을 투입해 중‧대형 항모를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정 박사의 설명이다.
해군과 세계방산시장무기연감 자료 등에 따르면 중형항모의 건조비는 약 5~6조원, 연 운용비용은 약 3000억원이다. 대형항모는 건조비 7조원 이상에 연 운용비용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대형항모를 만드려면 해군의 1년 예산(8조원)에 해당하는 돈을 거의 다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정 박사는 "사실 경항모를 운용하려면 함재기 조종사 교육훈련비용이나 육상 훈련용 설비 비용 등도 필요한데, 이 부분은 아직 추정이 안 되고 있다. 경항모 운용에 예상보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중‧대형 항모는 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항공모함 항진도 [사진=해군] |
◆ 정정훈 "경항모, 단 1척만으로도 군사력 현시 효과…가성비 뛰어나"
그러나 중‧대형 항모가 아닌 경항모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 비단 기술력이나 비용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항공모함 보유국들은 자국의 상황을 고려해 최적화된 함정을 보유 중인데, 경항모는 가성비와 운용 목적, 작전효과 등으로 인해 운용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미 대형항모를 11척이나 보유한 미국도 장기적으로 경항모 6척을 추가로 확보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기, 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 및 운용하며 해양통제 임무와 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공군이 육상에서 운용하는 기지는 이미 위치 등이 다 노출된 상태여서 적의 원점 타격에 취약할 수 있는데, 움직이는 항공모함 위에서 전투기를 운용하게 된다면 적의 원점 타격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해군 연간 예산 내에서 충분히 건조하고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성비까지 뛰어나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문제는 우리 군이 2033년경 경항모 단 1척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군에서는 그 1척의 군사력 '현시' 효과가 상상 이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시란, 자국의 강한 결의를 군사력으로 보여줌으로써 국가이익이나 국가목표를 저해하는 상대방의 의지나 행동을 무력화시키는 해군력 운용의 한 형태를 말한다.
정 박사는 "북한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이유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핵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경항모도 1척 만으로 그런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은 단순한 숫자 놀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 배로 300척의 배를 가진 일본군을 격파했듯이, 전쟁은 단 1척의 배라도 얼마나 좋은 작전개념을 갖고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경항모 1척을 만들어서 운용 경험을 쌓고, 재원도 더 마련해서 경항모를 추가로 건조하거나 중형 항모로 가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