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비행갑판 짧고 바다 위 임무 수행…F-35B, '가장 적합' 평가
스텔스 기능 및 레이더 탐지 능력도 타 전투기보다 우수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국가전략자산'이라고 불리는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경항모에 탑재할 함재기(수직이착륙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 군 당국은 어떤 기종을 우리 경항모의 함재기로 할지 결정하지 않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미국의 F-35B가 거의 유력하다는 평이 나온다.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수직이착륙기, 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 및 운용하며 해양통제 임무와 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이 때 항모전투단에 부여된 임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어떤 항공기를 운용할지도 달라진다. 이 중 해양통제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하한 게 최첨단 레이더를 장착하고 스텔스 기능을 갖춰 대공전을 펼칠 수 있는 수직이착륙기다.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통틀어 총 8개국이고 경항모급 상륙강습함을 운용하는 국가는 호주, 터키 등 4개국이다. 이들은 각각의 판단에 따라 다른 수직이착륙기를 운용 중이다. 현재 경항모를 운용하거나 건조하려고 하는 국가 중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스페인 등 6개국이 F-35B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경항공모함 항진도 [사진=해군] |
◆ F-35B, 바다 위서 운용하도록 개발…같은 수직이착륙기인 F-35C에 비해 비행 활주로 짧아
경항공모함은 비행갑판이 짧은 특성이 있고, 또 파도로 인해 요동이 심한 가운데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경항모의 함재기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F-35B는 경항모에 가장 적합한 함재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F-35B는 바다 위 흔들리는 함정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항공기다. 또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F-35C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륙할 수 있다.
아울러 튼튼한 골격과 착륙장치, 단거리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특수엔진과 주요 구성품을 해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염처리 등 특수성능도 보유했다.
F-35 계열 5세대 전투기이기 때문에 스텔스 기능을 갖췄음은 물론이다. 특히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F-35B는 레이더반사면적(RCS)이 중국의 J-15(4세대)가 4㎡,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F/A-18E(4.5세대)가 0.1㎡인 것에 비해 0.0005㎡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RCS는 적이 레이더를 쏴서 우리측 전투기를 탐지할 때 적에게 반사돼 돌아가는 면적을 일컫는 것으로, 이 면적이 작을수록 적이 우리측 전투기를 탐지하기 어려워진다. F-35B는 전투기 탐지 레이더에 새보다 작게 표시돼 탐지 자체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F-35B에 탑재된 최신 레이더는 동일 표적을 기준으로 F/A-18E에 비해 1.2배 먼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F-35B [사진=록히드마틴 공식 유튜브 캡처] |
◆ 가격 비싸고 작전반경‧무장탑재능력 떨어져…美 도입으로 인해 '설계기술 제공' 우려도
이러한 이유로 F-35B는 한국 경항모의 유력한 함재기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F-35B에도 한계점은 존재한다.
먼저 F-35A/C 등 다른 스텔스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미국 의회 보고서와 제작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F-35A의 가격은 최저 7920만 달러에서 최고 8240만 달러, F-35C의 가격은 최저 9440만 달러에서 최고 1조 31만 달러인데 반해 F-35B의 가격은 최저 1조 13만 달러에서 최고 1조 8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작전반경은 F-35A에 비해 짧다. 청주기지를 기준으로 해서 볼 때, F-35A는 전투행동반경이 1090km이지만 F-35B는 전투행동반경이 830km에 그친다. 참고로 중국의 J-15는 이 전투행동반경이 1300km이며, F/A-18E는 1095km다.
무장탑재능력도 F-35A 및 F-35C(8160kg)이나 F/A-18E(8050kg)에 비해 떨어진다. F-35B의 무장탑재능력은 6800kg이다. F-35A/C와 F-35B를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F-35A/C는 1톤급 유도폭탄 2발을 내부에 탑재할 수 있지만, F-35B는 0.5톤급 유도폭탄 2발을 내부에 탑재할 수 있다.
자체개발이 아닌 미국 도입이라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경항모에서 F-35B를 운용하게 된다면, 미국 보안규정에 따라 비행브리핑실, 무장탑재실, 정비실 등의 공간이 '특별보안구역'으로 설정돼 운용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항공모함과 관련된 설계기술을 미국에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F-35B가 비행하는 모습 [사진=록히드마틴 공식 유튜브 캡처] |
그럼에도 불구하고 F-35B만큼 경항모에 적합한 함재기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것은 F-35B가 F-35A 등 다른 전투기에 비해 특수엔진과 방염처리 등 특수기능을 많이 보유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 보고서와 제작사 자료에 따르면, F-35A/B/C 전투기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또 경항모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F-35B 도입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격이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작전 반경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F-35B는 경항모에 탑재해서 운용할 경우 실질적인 작전 반경이 F-35A에 비해 더 넓어질 수 있다. 또 수직이착륙기 특성상 지상 및 해상에서 모두 발진이 가능해 운용기지를 다양화할 수도 있다"며 "현재도 독도, 이어도를 포함해 한반도 어디에서든 주어진 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무장탑재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스텔스 기능을 활용해 적 대공망을 뚫고 정밀타격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며 "아울러 재급유와 재무장이 항공모함에서 자체적으로 가능해 더 빨리, 더 자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F-35B의 일부 공간이 미국 국방부 보안규정에 따라 설계가 이뤄지는 것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는 "그 외 모든 선체, 전투체계, 지휘‧통신체계 배치 등은 국내기술로 설계되며, 미국에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