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중앙지법, 양승태·고영한·박병대 29차 공판
“누구나 판단 가능한 예상쟁점…예단 줄 수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현직 법관이 “단순 설명자료로 작성한 것이라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법정 증언했다.
박모(42·사법연수원 31기) 서울고법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64·11기)·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들의 2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으로 재직하면서 재판 업무 지원 및 국회·언론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사건 현안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8.16 alwaysame@newspim.com |
이날 검찰은 박 판사가 작성한 현안 보고서 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된 보고서를 제시했다. 그는 보고서에 해당 사건의 1·2심 판결 및 상고심 예상 쟁점·전망 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정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가 작성한 보고서는 원 전 국장 등 사건의 상고심을 담당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도 전달됐다.
박 판사는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 불러주는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자료를 작성했다”며 “작성한 문건은 상급자인 윤모 사법지원실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재판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은 관련된 정치적 집단에 사건 쟁점을 파악하라는 취지로 작성한 것”이라며 “상고심 예상 쟁점·전망은 1·2심 판결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부분이라 보고서가 외부로 전달돼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보고서 내용이 재판연구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지 않냐’고 재차 물었으나,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쪽 방향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도 아니며 누구나 판단 가능한 쟁점이었다”고 일축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