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유통망 가진 애경 및 롯데도 물망에...일부 PEF도 기웃
[서울=뉴스핌] 전선형 김형락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유동성 지원 요청을 하면서 ‘자구안 실패 시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된다’며 초강수를 둔 탓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
11일 IB(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 사모펀드 및 대기업 등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공식적인 매물로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처음으로 매각을 공식 언급한 만큼 ‘잠재적 매물이 됐다’는 게 시장의 평이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1조6000억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전해진다.
전일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비롯한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5000억원을 신규 지원해달라는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특히 자구안 이행기한을 3년으로 제시하며, 실패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좋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하지만 현재 채권단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안 내용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이다.
그간 아시아나항공은 지속적인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항공기 리스를 비롯해 노선 운영수익성 등이 낮아지면서 2017년 부채비율 700%를 넘기는 등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그룹은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고 그룹 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 매각,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상장 등을 진행했다. 더군다나 올해초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의견 '한정'을 내며 주가가 크게 폭락하는 등의 위기도 겪었다.
[자료=키움증권] |
한 IB업계 관계자는 “3년이란 조건부가 붙긴 했지만, 매물로 내놓을 의향이 있다는 소리”라며 “예전에 관심 있던 기업들이나 돈 있는 사모펀드들은 항공사 인수에 한번씩은 기웃 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는 과거 부인하긴 했지만, 꾸준히 매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해지며 한화도 에어로스페이스라는 방산 항공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잠재 후보”라며 “또 물류를 가지고 있는 롯데나 애경 등도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SK그룹과 한화그룹이 꼽히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선임하면서 항공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바 있다. SK그룹이 조회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 됐지만, 그룹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했을 때 항공사 인수 가능성에 대한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한화그룹도 잠재적 인수 후보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한화테크윈에서 물적분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한화테크윈과 한화인베스트먼트 등 계열사를 통해 160억원을 에어로케이항공에 투자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유통 및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는 애경그룹과 롯데그룹도 물망이 오르고 있다. 그 중 애경그룹은 이미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어, 만약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견줄 만한 항공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또다른 IB관계자는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가능성은 낮다”며 “채권단과의 협상이 남아있고, 인수한다하더라도 거기서 또 협상이 이뤄져야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매물로 나와도 인수자가 한정될 것”이라며 “국적기를 취급하는 항공사기 때문에 외국 자본은 안 되고 국내 자본으로 해결해야 하며, 항공·물류업종 관련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ntherain@newspim.com